2014년 8월 11일 한강종주탐사가 끝나는 날.
마지막 숙영지에서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대장님들과 함께 깨어나는 아침.
단잠에서 깨어나기 싫은 건지 이 잠에서 깨어나면 끝이라는 걸 알아서 일어나기 싫은 건지 아이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어젯밤 대장님들의 품에 안겨 잠들 때까지 울다가 잠든 탓에 아이들의 눈은 퉁퉁 부어있네요. 저희가 회의하고 나서도 울었나 보네요.
마지막 단체 행군을 시작합니다.
선두와 후미 대장님들을 따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용문역을 향해 걸어갑니다.
1시간에 평균 6km씩 걷던 우리 아이들이라 용문역까지 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마지막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롭게 걸어갑니다. 저희 대장들은 아이들에게 15박 16일 동안 잘 걸어주어서 고마웠다고 더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합니다.
꼭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연락할 거니깐 우리 해단식 때 울지 말자고 지키질 못 할 것 같은 약속을 해봅니다.
용문역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빵과 주스를 먹었습니다. 빵과 주스를 먹는 내내 대장들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싶어서 계속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습니다. 한 명씩 대원의 얼굴을 사진으로 담아가는 대장.
전체 다 모여서 개성 있는 포즈로 사진 찍는 대장. 사진은 영원히 남는 것이라며 계속 사진을 찍습니다.
용산역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하철을 처음 타 본 대원이 있었는데요. 그 대원에게 지하철 탈 때에는 꼭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고 놀리기도 하네요. 지하철 타기 전에도 서로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놀았습니다.
용산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45분 정도. 그 동안 행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서로 한참을 얘기하다가 지쳤는지 잠에 드네요. 처음에는 행군을 해서 힘들어도 옷이 더러워진다며 바닥에 절대로 앉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지하철 바닥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앉아서 잠을 잡니다.
한참을 얘기하고 자니 어느 새 용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용산역을 나와 큰 도로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네요. 그동안 태평양처럼 펼쳐진 초록색만 봐왔었는데 높은 빌딩에 쌩쌩 달리는 차를 보니 아이들은 처음 본 것 마냥 신기해합니다.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심해서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도착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부모님께서 계시는 여의나루역을 향해 걸어갑니다.
맨 앞에는 오늘을 축하해줄 풍물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과 그 뒤를 따르는 태극기를 들고 가는 아이들.
위험한 길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 걸어서 여의나루역에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우리 대원들을 15박 16일 동안 목이 빠져라 기다리셨던 부모님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시는 한 어머님. 어머님을 보시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걱정되고 보고 싶으셨을까요? 부모님을 향해 큰절을 드립니다. 큰절을 올리는 우리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는데 다 큰 어른의 뒷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 독도에서 서울까지 잘 걸어 와준 아이들에게 표창장을 연대장님들께서 나눠드립니다. 표창장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과 대장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해단식을 마치고 진짜 마지막 인사와 포옹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쉽게 집으로 발을 돌리지 않네요. 행사하면서 그렇게 집이 그립다며 칭얼대던 아이들이 이제는 집에 못 돌아가겠다며 대장님들의 품에 안겨서 떠나질 못합니다. 마지막이 아니라며 우리 꼭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꼭 연락하라고 그렇게 아이들을 토닥여줍니다.
어머님, 아버님!
그 동안 저희 일지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늘 해단식에서 저희를 알아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집에 가서도 행군 했을 때처럼 씩씩하고 당당하게 생활해줬으면 좋겠네요.
얘들아, 정말 보고 싶을 거야. 대장님이랑 꼭 연락하며 지내자!
우리 대원들 정말 열심히 잘 했으니깐 칭찬 많이 해주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이상 마지막으로 하는 인사드리는 일지대장 김영선, 사진대장 박창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