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차 유럽] 0107 낭만의 피렌체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 피렌체에서 아침이 밝았다. 

호스텔에 준비돼있는 조식을 먹고 나갈 채비를 마친다. 로마에서 사흘동안 먹었던 조식에 비해 더 많은 메뉴가 준비돼 있다. 아이들은 맛있다며 갖가지 종류의 빵과 잼, 요거트나 과일과 음료를 더 챙겨 먹는다. 어느덧 함께 맞는 다섯번째 아침이다.

 

 

어제 탔던 버스에 짐을 싣고 향한 곳은 피렌체 구시가지 근처. 로마보다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두꺼운 옷을 입으면 조금 덥게 느껴진다. 베키오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기로 한다.

 

다리를 배경으로 한 명씩 사진을 찍기로 한다. 처음엔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카메라를 피하던 아이들도 이제 조금은 당당하게 자세를 잡아 본다. 낮게 깔린 구름 아래 아름다운 베키오다리가 더욱 운치있어 보인다. 

 

 

베키오 다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사랑의 자물쇠들을 지나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옛 피렌체 궁을 둘러보고, 두오모 성당으로 향한다. 피렌체의 시가지의 시작은 두오모 성당이란다. 간밤 비가 내렸는지 성당 외벽과 광장 바닥이 촉촉히 젖어 있다. 날이 흐려 녹빛 대리석을 품은 성당이 더욱 짙푸르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세뇨리아 광장에서 아이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밥 먹을 곳으로 향한다. 이젠 알아서 길을 찾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본다. 전날 핸드폰으로 갈 곳을 찾아둔 아이들도 있었다. 저마다 피렌체에서 유명한 티본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거나 한국 음식이 그리운 아이들은 길을 걸어오며 마주쳤던 한식당에 가기도 했다. 혹은 보는 시간을 더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토스트나 케밥을 사 먹는 모습도 보였다.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중세 도시. 르네상스를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운 메디치 가 동상이 세뇨리아 광장에 우뚝 서있다. 두오모보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고, 건물의 외벽 뿐 아니라 내부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시의 복잡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단단한 돌길을 당시 예술과 문화의 부흥이 시작됐던 시대를 느껴본다.

 

 

피렌체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바로 가죽. 세뇨리아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죽시장이 밀집해있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신중하게 골라 본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세뇨리아 광장에 모인 아이들의 손에는 커다란 봉지가 하나씩 들려있다. 

 

 

베네치아로 이동하기 전, 버스로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복잡하게 얽혀있던 피렌체의 골목이 한눈에 담긴다. 얕은 산에 낮에 깔려있는 구름과 도시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그야말로 사랑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다. 몇십년 전 도시에 홍수가 났을 때,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왜 도움의 손길을 보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눈으로 본 경치가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까지는 약 세시간. 베네치아와 오늘 본 피렌체, 어제 다녀온 피사에 대한 교양 프로그램 영상을 시청하며 도중엔 휴게소에서 내려 젤리나 간식을 사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볼로냐라는 지역에서 내렸는데, 피렌체보다도 부쩍 쌀쌀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오늘도 버스에서 어둠을 맞는다. 베네치아에선 아늑한 호텔에서 지내게 됐다. 호텔 한 채를 우리 아이들과 대장들만 쓰게 됐다. 아이들은 푹신한 침대에 만족스러워한다. 

 

근처에 있는 피자로 유명한 식당으로 이동해 밥을 먹기로 한다. 메뉴는 해산물 피자와 이탈리아의 음식 깔조네. 평소 많이 남기던 아이들은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더 시켜달라고 말한다. 치즈가 가득 들어있는 마게리타 피자 한 판을 더 비우고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