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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이 집 떠난지 10일째네.
물론 잘 하겠지만, 그래도 은근히 요녀석이 무서움을 많이 타는 녀석인데,
텐트에서 잘 잘려나 그것도 학교에서, 생각하다가, 내가 걱정 안해도 잘하고
말거야라고 결론을 내렸다. 잘 했지?

어쩌냐. 우리의 산과 강, 들판을 둘러본 느낌이. 너무 좋지?
초록 들판에서 허리를 굽혔다 펴는 농부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지 않던?
직접 일을 해보면 분명 그림은 아닐거야 그지?
농수로를 따라 흘러가는 물줄기며, 어디론가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전기줄,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외딴 집들 주변에 바람을 맞고 서있는 포플러나무,
이름없이 피었다 혼자 지고 있는 들꽃들, 아마 나중에는 다 원영이 것이 될거야.

집에가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특히 꼭하고 싶은 일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을 거야. 아빠는 군대 갔을 때 제일로 하고 싶은게 내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거였는데, 우리 원영이는 제일 하고 싶은게 무엇일까 궁금하다.

바람에 불려가던 구름이 만들어 놓은 그늘을 이젠 볼줄 알았겠지.
넓은 들판을 건너가는 그늘을 봐봐. 그리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똥별과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 이것들도 다 나중에는 원영이 것이 될거야.

이제 일주일 남았다. 힘내라. 외할머니도 어제 오셨는데
"어메, 이것들이 이뜨거운데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닐꺼나."하시면서 염려를 하시더라.
훌쩍 커버린 원영이를 생각하니 빨고 보고 싶어진다.
경복궁에서 만날 그날을 위해

2003년 8월9일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