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0226_11 비와 동행

by 탐험연맹 posted Feb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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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로 인해 오늘도 다른 때 보다 좀 늦은 기상을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출발준비를 했습니다.

움직이려고 하는 코스와 가까운 다른 숙소로 오후에 이동해야 하기에 큰 배낭의 짐들을 챙기고 사용했던 방은 깔끔하게 뒷정리를 한 후 올레지기님과 기념사진도 찍고 14코스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안개가 낀 하늘이였지만 해가 있을 때 일찍 움직여야 더 안전하므로 우비를 챙겨서 한 걸음씩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4코스는 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올레와 시원하게 생동하는 파랑의 올레가 연이어지는 곳으로 제주 농촌 풍경과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고, 폭신폭신한 숲길을 벗어나 물이 마른 하천을 따라 가면 어느 새 바다에 가 닿는 곳이 14코스입니다.
길이 없는 곳, 도저히 좋은 길을 찾기 힘든 환경에서 탐사팀은 흠잡을 데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몇 배나 더 공을 들인 곳인데 이름이 없거나 새로 개척한 길들이 지형 생김새를 고려해 제주올레에서 일일이 이름을 붙힌 곳이 많습니다. 큰소낭 숲길에서 낭은 제주어로 나무를 뜻하는데 큰 소나무가 많은 숲길이라는 의미하고 오시록헌 농록에서 오시록헌은 아늑하다는 의미의 제주어이고 굴렁진 숲길의 굴렁진은 움푹 패인 지형을 뜻합니다.

촉촉히 비가 내려서 눅눅하고 찝찝한 기분이 몰려 올려 했으나 폭신폭신한 숲길 덕분에 일반 시멘트 도로를 걸을 때 보다는 한 결 걷기가 편해서 감사했습니다. 처음에 걸을 때는 도로길이 좋다고 아이들은 말했지만 걸으면 걸을 수록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숲길, 돌길이 더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 어린 제주 올레꾼들이 다 되었구나 싶습니다.

그렇게 숲길들을 지나 월령숲길과 월령포구를 지나는데 정난주 마리아의 묘에서 만났던 제주 시민 한분이 아이들이 기특하고 이쁘다며 14코스 지날 때 그냥 가지 마시고 "석물원"에서 아이들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곳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비오는 날 휴식을 취하며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돌로 만든 하루방, 익살스러운 제주도 옛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 인심좋은 제주도 분을 만나게 된 또 하나의 행운이 깃든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