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지도 나흘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아침 7시에 여유롭게 일어난 우리는 미리 일어나서 샤워도 하는 여유를 가집니다. 한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 덕분에 오랜만에 한국의 음식인 밥과 미역국, 잡채와 김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달라진 점! 한국음식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김치와 잡채에 들어가는 각종 야채들도 남김없이 먹었습니다.
이제 이웃집 토토로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박물관인 지브리 박물관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미타카역에서 내려 지브리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토토로가 그려진 이정표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지브리 박물관에 들어가니 만화 속 세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작품들과 각종 체험관들이 있는 이곳은 ‘지브리 박물관에서는 미아가 되십시오’라는 슬로건과 함께 우리 모두를 만화 속 세상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토토로와 포뇨를 만나고 마야자키하야오 감독의 단편영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이유로 보통가격의 두세배의 물건을 거리낌 없이 사가는 사람들을 보고 단 한명이 그린 만화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문화와 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브리 박물관의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메이지 신궁을 보기위해 하라주쿠로 향했습니다. 메이지 천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큰 도리이가 있는 곳으로써 2차대전 중 공습에 의해 무너졌었지만 재건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나 메이지 신궁에 있던 술통들이 인상 깊었는데 일본에서는 지금도 매년 그해 처음으로 만든 술을 메이지 신궁에 바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일본에서 천왕의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패션의 일번지 타케시타거리로 떠날 차례! 타케시타거리는 한국의 명동과도 같은 곳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금강산구경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요. 타케시타거리 구경에 앞서 우리는 우동의 본고장 일본에서의 우동맛을 보기위해 우동가게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우동과 튀김을 따로 시켜 튀김을 우동에 넣어서 먹는게 신기했는지 옆에 일본인들이 먹는것을 보고 조심스레 따라해봅니다. 그렇게 허기진 배를 달래고 우리는 타케시타거리로 나와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패션일번지에서 옷을 사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념품을 구입한 우리는 시부야로 이동했습니다.
교통의 중심지인 시부야에는 여러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일본사람이 다 여기로 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인구의 이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하치코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우리는 중고만화가게인 만다라케로 이동했습니다. 단순 만화가게인줄로만 알았던 그곳에는 각종 만화책은 물론 DVD, 피규어, 캐릭터카드는 물론 만화주인공의 옷까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왕국 일본’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의 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처럼 한 분야에 빠져들게 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노력하려는 일본인의 근성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좋은 점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만다라케 구경을 마친 우리는 신주쿠로 이동해 도쿄시청으로 향했습니다. 45층으로 건설되고 1조원의 국세를 투자해 만든 이 시청은 그만큼 설립당시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지금은 유명한 관광명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도쿄시청 전망대에 올라 도쿄의 전경을 관람한 우리는 아름다운 도쿄의 모습을 감상하였습니다. 우리나라와 오래전부터 많은 충돌과 마찰을 일으키며 지내왔고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일본 속에서 바라본 일본은 우리가 배워가야할 점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이제는 저녁식사를 할시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요시노야’라는 음식집에서 규동을 맛있게 먹고 쿄토행 야간열차를 타기위해 도쿄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쿄토를 탐사합니다. 고된 일정에 몸은 피곤하고 제대로 씻지 못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기대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버립니다. 쿄토를 향하는 야간버스에서 조금은 불편한 잠을 청해야하지만 새로운 내일이 있기에 그러한 불편함은 어느새 설레임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지금 쿄토로 갑니다.
이상 일지에 나광현 대장이었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