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1 출발하기, 그 설레임에 대하여.

오늘은 우리가 처음 만나는 날입니다. 추운 겨울 날씨가 걱정이었지만 우리들이 출발하는 것을 겨울이 알기라도 하듯, 공기는 차가워도 햇살은 따사로이 포근했습니다. 하나 둘씩 모여드는 아이들의 양쪽 뺨이 차가운 바람 탓에 발그레 졌습니다. 두꺼운 겨울 옷 때문에 올록볼록 뚱뚱하고 자신의 몸짓보다 커져 버린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그저 반갑고 귀여웠습니다. 분홍빛 양 볼 가득히, 부모님 곁을 떠나 국토대장정을 간다는 긴장감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모였던 탓일까요? 아직은 서로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한 듯 부모님 곁에서 쭈뼛쭈뼛 거리며 쑥스러워합니다. 대장님들은 아이들의 이름 확인하면서 얼굴도 함께 머릿속에 꼭꼭 넣어 두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아이들부터 조금 늦게 도착한 아이들까지 모두 확인을 마친 뒤 배에 탑승 할 준비를 했습니다. 모두 모아 놓고 보니 키가 큰 아이부터 작은 아이까지,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이제 우리들은 16박 17일을 함께 할 진짜 ‘우리’들이 되었습니다.

걱정하실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아이들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부모님과 인사하였습니다. 앞으로 국토대장정을 통해 더욱 더 성숙하고 건강한 아이들로 만날 것입니다. 대장님들도 아이들을 밝고 안전하게 지도하기 위해서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쓸 것입니다.

여행의 시작을 배로 하는 아이들은 배에 탑승한 후, 마냥 신기한지 처음 보다는 신이 난 얼굴로 배를 둘러보았습니다. 모두 함께. 한 객실에 모인 아이들은 이제야 더욱 가까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도시락을 받기 전에 부대장님의 전달사항이 있었습니다. 대장님은 반찬투정을 할 수 없으며 주어진 양을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이 전달사항을 듣고는 기운 없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다시금 크게 대답을 해 보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표정들로 가득하던 아이들이 맛있는 도시락을 받고는 금세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가까이 앉아있는 동생과 형, 언니와 오빠들과 같이 앉아 인사를 하며 배고팠던 배를 맛있는 밥과 함께 담소도 함께 채웠습니다.

밥을 먹은 뒤에 아이들은 일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지는 아이들이 각자 쓰는 것으로 하루하루 어떤 활동을 하고, 느꼈는지 자신의 감상을 쓰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아닌 직접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겐 조금은 고민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오늘 새롭게 시작한 이 여행을 주제로, 잘 쓰지 못 할 것 같다며 엄살 부리던 아이들도 잘 써  내려갔습니다.
처음 친구들을 만나 어떤 느낌인지, 부모님 곁을 떠나 국토대장정을 가게 된 기분이 어떤지 등 아마도 아이들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 서로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 아이들을 위하여 연대별로 모여 자기소개 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들은 이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조금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우리들은 이것이 시작입니다. 아이들도, 대장님들도 ‘우리’가 되어 함께 걷겠습니다. 그리고 손을 잡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