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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로종주
2005.11.30 11:56

3일째(1.16)

조회 수 1180 댓글 0
 악으로! 깡으로!  

어머님, 아버님들 오늘도 아이들을 걱정하시느라, 하루종일 멍하니 남쪽 하늘만 바라보지는 않으셨는지요. 오늘도 역시 힘든 강행군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처럼 쉽게 뒤로 쳐지는 아이들은 얼마 없었습니다. 여전히 힘들지만 아이들은 잘 걸어갔답니다. 재호는 배가 아프다 면서도 잘 걸어갔고, 아이들은 물집이 잡히고, 발바닥이 아파도 열심히 걸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도. 햇빛이 따사로운 것이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밀양을 지나면서 밀양강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둑을 걸어가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날아 도망가는 꿩들은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쥐죽은듯이 앉아 있다가, 한번에 수 십 마리씩 날아가는, 청둥오리 떼는 한발한발 나아가는 걸을음 가볍게 하였습니다. 밀양에 도착해서 영남루에 도착했습니다. 영남루에서 사진도 찍고, 여러 전시물도 보면서 쉬었습니다. 아랑각에서 아이들은 아랑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지해하며, 아랑각에 전시된 아랑의 영정을 보았습니다. 전설에 대해 들었을 때는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영정을 한번 보더니 모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와 예쁘다!' 그리고, 또 다시 열심히 걸어서 청도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뒤에 쳐지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가다가 주저앉고...... 어르고 달래도, 바위처럼 지독하게 굳은 의지로 주저앉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녀석...... 대장이 10명인데 그 녀석에게는 3명의 대장이 붙었지요. 처음에는 50미터 가량 쳐지다가 나중에는 본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어하고, 대장들은 무전기 하나에 의지해서 길을 찾는 것도 곤혹스러웠지요. 온갖 협박도 안통하고, 몇 대 쥐어박아도 효과가 없고...... 목적지는 아직 한참인데, 녀석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 했습니다. 끌고 가기도 하고, 뒤에서 밀기도 하면서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예정 도착시간은 한참을 지났고,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지요. 이번에 느낀 것은 '하면 된다' 이것은 그 녀석과, 대장들 모두 느꼈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진리......

힘든 길을 걸으면서 몇 번씩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은 대장들도 마찬가지이지요. 다리는 무겁고, 피곤하고, 춥고...... 하지만 대장들이 아이들 앞에서 힘든 기색을 보일 수 없는 노릇이지요. 낙오자가 생기면 끝까지 데리고 가야하는 것도 대장입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시겠지요. 힘들면 차 태워서 보내라고...... 하지만 그것은 영남대로종주의 목적과는 멀어지는 것이지요. 걸어가는 여행에 차를 타고 다닌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까요? 그렇다고 낙오된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갈 수 없는 노릇이지요. 아이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대장들은 잘 압니다. 이미 경험한 일들이기 때문이지요. 어디쯤이면 힘들고, 피곤해 하는지 까지 생각하지요. 하지만 세상의 일들이 힘과, 체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힘든 일들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정신력입니다. 피곤해도, 힘들어도, 끝까지 간다는 정신력. 힘으로 안되면 악으로 깡으로 이긴다는 의지. 그런 의지로 낙오가 되어도, 시간이 늦어도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낙오된 녀석을 끝까지 데리고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기도 하고, 좀 더 열심히 가라고 하면서 어르기도 하고...... 결국은 도착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과연 그 아이가 악과 깡을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 아니면 주위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까 억지로 한 것인지...... 대장들이 옆에 붙어있지 않아도 끝까지 갈 수 있었는지...... 한 가지 바램은 그 녀석이 내일은 낙오되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힘이 없으면, 악으로, 깡으로라도 버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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