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우라지의 자욱한 물안개를 맞으며 잠을 깹니다.
자고 일어나서 텐트를 깔끔히 갠 아이들은 간밤 마른 빨래를 걷은 후
아침 먹을 준비를 합니다.
아침에도 샐러드가 나와 아이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습니다.
행군길 시작, 아우라지의 강변길을 지납니다.
가는 길 도중에 낮은 집들 가운데 우리 아이들 특별한 집도 보았는데요.
바로 원빈이 사는 집을 마주쳤답니다.
“대장님 진짜 원빈이 사는 집이에요?”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평탄한 길을 조금 걷다 보니 눈앞에 급격한 경사가 나타났습니다.
백복령이 완만하고 긴 코스였다면
오늘 넘는 고개는 굵고 짧습니다.
원래 코스였던 42번 국도에 차가 많이 다녀 대신 산행을 선택했답니다.
처지는 아이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대장님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잘 걸어줍니다.
삼십분정도 걸린 행군길,
아이들은 굉장히 가파른 길을 걸어오느라 힘이 들어 온 몸에 땀이 흥건해졌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다다르자 힘들게 고개를 올라온 만큼 마음까지 뿌듯해지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어젯밤 우리가 잠들었던 아우라지가 한 눈에 담깁니다. 예쁘게 불이 켜졌던 다리와 푸른 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생해서 올라온 고개의 정상에서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멋진 개인사진도 한 장씩 찍은 후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대장님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줍니다.
오늘의 간식은 바로 ‘옥수수’인데요.
강원도 하면 옥수수, 행군 코스 옆으로도 끝없이 옥수수밭이 늘어져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만 보던 옥수수가 따끈따끈하게 갓 쪄져서 나오니
목이 말라 먹고 싶지 않았던 아이들도 한 입 물자 찰진 그 맛에 반해 모두 뱃속으로 삼켜버립니다.
시원한 물까지 충전 후 다시 행군을 시작했는데요.
오늘 역시 연대별 ot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발시간은 9시 30분, 도착 제한 시간은 12시였고 남은 km 수는 10여km 남짓입니다.
여유롭게 걸어도 충분한 시간,
어제 경쟁이 붙어 ‘대장님 빨리빨리 걸어요’ 라며 재촉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연대별 ot의 묘미를 알았는지 쉬엄쉬엄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오늘도 대장님이 틀어주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걷습니다.
아이들이 걸은 길의 이름은 ‘꽃벼루재’로 어제 걸었던 정선 골지천길의 연장된 코스입니다.
꽃벼루재라는 예쁜 이름만큼 길도 역시나 아름다웠습니다.
햇살은 뜨거웠으나 커다란 산이 만들어 주는 그늘 덕분에 더운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꽃벼루재 전망대에서는 평창 올림픽의 무대가 되는 가리왕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걷고 또 걸어 산길이 끝납니다.
급한 오르막을 걸어왔으나 내리막은 완만하고 길게 이어집니다.
나무 그늘이 끝나고 뜨거운 볕이 내리쬐자 아이들은 더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곧 도착지인 남평초등학교가 나타납니다.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연대도 11시 30분.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등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힌 후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점심식사에는 오늘도 오이냉국이 나왔습니다.
더운 국 대신 시원한 국이 나와 입맛 없는 아이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어줍니다.
반찬도 맛있는 오징어무침에 인기 만점인 미니돈가스, 비엔나 소세지 그리고 갈증해소에 완벽한 치료제인 오이가 나왔답니다.
밥을 먹은 후 오늘도 더위와 햇살이 뜨거워 오침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시부터 세시 반까지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잠을 청합니다.
그늘인데도 날이 뜨거워서 잠 못 드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여자아이들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고 남자아이들도 장난을 치며 시간을 떼웁니다.
긴 휴식시간이 지나고 뜨거운 햇빛의 기가 조금 사라지 자 아이들은 다시 행군 준비를 시작합니다. 원래는 오전 행군만 연대별 ot였지만 오후까지 연대별로 걷기로 했습니다.
오전 행군길이 아름다운 ‘산 따라’ 걸었다면, 오후 행군길은 ‘강 따라’ 걸어봅니다.
영월 선암마을에 유명한 한강지형이 있는데 정선에도 유명하지는 않지만 한반도 모양과 꼭 닮은 지형이 있습니다.
그 한반도 지형을 강이 감싸고 있는데, 우리는 강줄기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한반도 지형 내를 한 바퀴 걸었습니다.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다시 한 번 시원하고 짙은 그늘 속에서 행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대장님들보다 훨씬 더 잘 걷습니다.
힘들어 하는 기색은 조금씩 보이지만
대장님들이 ‘걷기 힘들어?’하면 “네”라는 대답보다는 “아니요 걸을만해요”라는 대답이 더 많이 들려옵니다.
연대별로 걷다보니 대장님들의 듣기 싫은 “앞으로 밀착해”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걷는 것이 훨씬 즐겁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간식이 무려 두 개나 나왔습니다. 아침에 받은 옥수수,
그리고 오후에는 아이스크림까지. 밥 먹은 후 적당한 운동 후 먹는 후식과 같습니다.
꽁꽁 얼은 아이스크림, 행군 하며 빨아 먹다 보니 더운 날씨에 금새 녹아 먹기 좋게 만들어집니다. 강줄기를 한참을 따라 걷습니다. 꼬불꼬불, 한반도가 휘어지며 아이들도 강 위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 이동합니다.
가면서 물도 받고, 조금 더 걸으니 이제 시골의 강 길이 끝나고 정선군의 시내가 보입니다.
오늘 아이들의 숙영지는 정선 5일장이 열리는 곳 옆에 있는 공설운동장입니다.
텐트를 치기에 딱 알맞은 드넓은 운동장과 드문드문 올라와있는 잔디밭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대별로 걸었는데, 1등 연대와 6등 연대의 거리차이가 꽤나 납니다.
첫 번째로 들어온 연대는 5연대.
두 번째는 4연대였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다른 운동장으로 도착해버렸습니다.
다시 걸어오는 대신 다행히도 총대장님이 차릍 태워주셔 안전하게 숙영지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들어온 연대별로 저녁식사를 합니다.
저녁식사는 특별합니다! 무려 고기가 나왔는데요.
맛있는 양념이 된 제육볶음이 오늘의 메인메뉴랍니다.
배부르게 밥을 다 먹은 후, 우리 아이들
특히나 더웠던 오늘 흘려낸 땀을 깨끗이 씻어내는 샤워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텐트 조 아이들이 씻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은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는 탐험일지를 씁니다.
텐트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추억을 다시 한 번 되새겨냅니다.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일 걷는 km수가 적기 때문에 저녁시간을 좀 더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행군 중 아이들의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이 있는데요.
바로 며칠 전 연대별로 다 함께 만들었던 열기구.
당일 바로 날리지 못했었는데
아이들은 그 열기구가 어떻게, 얼마나 높고 멀리 날라가는지 궁금한가봅니다.
여러 번씩 열기구를 언제 날리는지 대장님들에게 묻곤 했습니다.
바로 열기구 날리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해가 진 정선의 공설운동장에서
열기구의 고체 연료에 불을 붙여 높고 띄웁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각 연대의 열기구마다 불을 붙여봅니다.
얼마나 높이 날지 기대했던 아이들.
하지만 아쉽게도 열기구가 높게 날지는 못했습니다.
바람도 불고, 열기구를 보관하며 찢어지기도 해 높이 뜨지 못한듯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납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떠있는 시간과 디자인이 1등 점수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죠.
열기구가 아이들이 상상했던 것 만큼 높게 뜨지는 못했지만
적어놓은 소원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열기구를 날리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5일여의 일정동안 아이들은 수많은 사진을 찍었는데요.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커다란 프로젝트와 스크린에 사진을 띄워 첫날 일정부터의 사진을 차례대로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깨끗했던 첫 날의 모습을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기도 합니다.
첫 날 아이들은 지금만큼 친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칠 사이가 되었답니다.
모든 일정을 끝낸 후 아이들은 잠이 듭니다.
밤이면 춥던 우리의 숙영지가 날이 지날수록 여름의 밤 날씨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추울 걱정 없이 맘 편히 텐트에서 잘 수 있을 듯합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후덥지근했을 오늘 날씨에
한 명도 빠짐없이 잘 걸어준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걷는 일정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길 것만 같고 끝나지 않을 듯했던 국토대장정의 끝이 코 앞으로 다가와버렸습니다.
내일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래프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으로 아이들과 함께 순간순간을 즐기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일지대장에 하예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