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딸 지원아.
해남 땅끝마을에서 지원이를 두고 올라올 때 아빠는 걱정했지. '과연 우리 지원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지원이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행군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 걱정이 괜한 기우였다는 걸 알겠구나.
역시 자랑스러운 아빠띨 지원이다.
그날 광주에 올라왔을 때 아빠는 엄마한테 또 혼났단다. 우리 지원이를 꼭 안아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안했다고 말이야. 아빠가 건망증이 심해 늘 깜박깜박 하는구나. 아빠도 많이 안타깝다.
지원아.
모든 애벌레가 다 나비가 되는 건 아니란다.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나비가 되고자 결심해야 한다.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결코 아무 것도 될 없겠지. 다음으로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야 한단다. 고치 안에서 유충조직을 녹여 없애고 성충조직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날개도 만들어야 하지. 그 환골탈태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겠니? 마지막으로 자기가 만든 고치를 스스로 찢고 나와야 한다. 어떤 학자가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번데기가 스스로 고치를 찢지 않고 사람이 대신 해주면 그 번데기는 날개가 있더라도 그걸 펴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구나. 고치를 찢으면서 날개를 펼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련을 극복한 애벌레만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비가 되어 세상을 훨훨 날 수 있는 거란다.
지원이가 지금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는 것은 지원이가 먼 홋날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미래의 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시련을 당당히 이겨냈을 때 그 기쁨과 보람은 말할 수 없이 클거야. 아빠는 지원이가 어떤 어려움도 당당히 받아들여 견디고 극복하여 마침내 아름다운 나비가 되리라 믿는다.
사랑한다, 자랑스런 지원이.
지원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