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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1차유럽
2006.01.06 19:55

060103-05 diary

조회 수 2355 댓글 0


저는 31명의 대원들과 함께 1차 유럽 10개국 문화체험 탐사에 참가하게 된 김나라
대장입니다. 15박 16일 동안 대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상당히 염려스럽고
궁금해 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신속하고 자세하게 대원들의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유럽탐사 마지막 날까지
저희 31명의 대원과 3명의 대장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햇님도 늦장을 부리는 이른 새벽,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마음은 설레고 있다.
공항에는 집합시간 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많은 대원들과 학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급품과 자료집, 항공권  배부를 시작으로 출발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 대원이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집에
있었다.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서둘러 공항에 도착했고,
모든 대원들과 함께 출국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이것저것 질문하시는 부모님들의 모습 속에서 걱정스러움과 함께 대원들 못지않은
설레임을 볼 수 있었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우리 대장들은 모든
대원들이 안전하게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다소 힘든 일이 있더라도 우리 대원들 역시 잘 해내리라는 것은 부모님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매끈하게 뻗은 양 날개를 뽐내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11시 무렵, 비행기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구름 뒤에
가려두고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창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대원들은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대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을까? 돌아오는
대원들의 모습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가득 실은
비행기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비행기가 안정을 찾자 음료 서비스에 이어 기내식 식사가 나왔다.
영어로 질문하는 스튜어디스의 질문에 대원들은 곧잘 대답하며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고 추가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현지시각으로 세시쯤 비행기는 타슈켄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우리는 아테네 행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여기서 4시간정도를 보내야 한다. 그리
크지도 않고 호화스럽지도 않은 공항의 환승 대기실은 여행객들로 금새 가득
찼다. 앉자마자 고스톱 판을 벌리는 한국 아저씨들, 배낭을 베개 삼아 벌러덩
누워버리는 외국인,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사람, 체스를 하는 사람,,, 각양각색의 피부색과 복장과 언어를 쓰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는 모습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그 속에서 우리
대원들은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서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시작했다. 외국인이
지나가다가 구경하기도 한다. 서로 어색해 했던 대원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그들의
얼굴은 조금씩 밝아진다.

아테네 행 비행기가 조금 지연되어 19시 30분에 이륙했다.
시계를 아테네 시간으로 돌려 맞췄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 곧 대원들은 잠에
곯아떨어진다. 그들의 잠을 깨운 것은 또 한번의 기내식. 기내식이 이리 맛있을
줄이야.. ^^

우리가 도착했을때 아테네 공항은 엷은 비로 촉촉이 젖은 밤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아테네 시내에 있는 유스호스텔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비가 조금씩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빗방울에도 연연해하지 않고 아이들의
발걸음은 느리다. 명품상점들과 크리스마스 장식의 작은 전구들, 낯선 도시의
이색적인 거리가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곳은 아직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느껴진다.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마친 대원들, 시차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투정도
잠시. 머나먼 이국땅으로 떠나온 여행길의 긴장때문일까? 힘들었던 일정에 옆방
대원들의 소근대던 소리들이 잠든 지도 한참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여정은 시작됐다.
대원들 모두가 함께하는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 1. 3. 나라대장

아테네에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 밤 취침시간에 늦장을 부리더니 대원들의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출발준비를
서둘러야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대장님들은 아침식사로 카레
덮밥을 준비하고 있다.
매운맛 카레였나? 조금 맵기는 했지만, 배를 두둑하게 채우기엔 모자람이 없다.
유럽탐사의 첫걸음은 10시 40분 아테네에서 딛어졌다.
어젯밤 내내 대장님들 속을 썩이던 비는 유럽탐사대의 첫걸음을 더욱 빛내게
해주기 위한 하늘의 배려였을까? 아침햇살이 그지없이 맑고 투명하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시내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시간 쯤 걸었을까... 숨이 조금 찰 정도의 비탈길을 오르자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맑은 날씨가 기분을 더욱 고조시킨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 제 1호인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가 황금시대를
구가하던 기원전 5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총대장님은 파르테논 신전과 니케,
아테나 신전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 우리들은 신전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다른 나라들의 침략에 의해 훼손된 아크로폴리스는 거대한 기둥만이 그 명성을
지켜주고 있었다. 복원공사 때문에 신전 내부에 들어설 수는 없었다. 그 아쉬움은
파르테논 신전 뒤로 있는 자그마한 박물관에서 달랠 수 있었다. 신화에서만 볼 수
있던 희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신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표현된 석상들이 위엄을
드러낸다.
다음으로 간 제우스 신전 역시 대부분 훼손되고 기둥 몇 개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든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호화스러운 나무들이 즐비해 있는 국립정원을 거쳐
국회의사당에 도달했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 의미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무명용사의 비를 지키는 근위병들의 전통복장이 눈길을 끈다. 대원들은
그들과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처음에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더니 어느새
눈동자의 미동만 있을 뿐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는 경비병 바로 옆에 붙는다.
30분마다 이루어진다는 특이한 걸음의 교대식도 흥미롭다.

대장님들이 점심으로 아테네의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빵을 사 오셨다. 여기
사람들은 이것을 주식으로 먹는다고 하는데 빵 표면에 잔뜩 박혀있는 깨말고는
별다른 맛이 있지는 않았다. 길을 건너면 바로 신타그마 광장이 있다. 어제 밤에
숙소에 가기위해 지나갔던 그 길이었다. 상점들과 관공서,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었고, 연주하는 사람, 풍선을 파는 사람 등으로 번잡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아테네 최고의 전통시장에 갔다. 육류, 수산물, 견과류, 청과물
별로 각 골목길에 모여 있었다. 상인들이 일본과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대원들은
기분 나쁜 듯이 “No! No! 코리아”라고 외쳐 된다. 여기서 대원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상점에 가서 몸짓, 발짓을 해 보인다. 집합장소의 모인
대원들 저마다의 손에는 음료수며 과일들이 들려 있었다.
17시쯤 되어 숙소에 돌아왔다.
저녁식사 메뉴는 김치찌개. 대원들은 배가 고팠던지 금방 그릇을 비운다. 옆에서
보던 외국인이 김치를 알아보고 자기도 한 그릇 달라고 조른다. 매워서 혀를
내두르지만 맛있단다.

밖에는 비가 오기 시작했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기차를 타기위해 역에 도착했다.
대장님들의 움직임이 바빠지신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대장님들을 따라
옆에 있는 다른 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장님들은 여기서 오늘 밤을 지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 갔던 역이 3주쯤 전에 폐쇄되고 피르고스로 가는
노선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 우리는 이 역에서 내일 아침 코린트 행 첫차를
타고 이동 할 것이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바깥 날씨가 그리
차지는 않다.

2006. 1. 4. 나라대장


역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8시가 되어 코린트 행 열차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우리는 바로 옆 노선에 대기하고 있던 피르고스행 열차로 환승했다.
기차 안에서도 대원들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몇몇 대원끼리 꽤나
친숙해진 모양이다. 우리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그리스의 신들의 장난인지
폭우에 가까운 비가 쏟아진다. 예기치 못한 현지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올림피아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비를 핑계삼아 애써 달랜다.
오늘은 선박을 이용해 지중해를 통과 할 것이다.

여객항에 도착하여 우리는 야채비빔밥을 먹으면서 기다림에 지친 허기진 배를
달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거대한 선박이 눈앞에 나타났다.
고기잡이배를 생각했던 대원들은 눈이 휘동그래진다.
대원들은 신기한지 크루즈 여객선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근사하게 구름 낀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리고 그리스의 해변마을을 배경으로 한 대원들의 모습들을
대장님은 카메라에 담으신다. 지금 대원들은 지난 3일간을 되돌아보며 일지를
쓰고 있다. 대장님들은 저녁식사를 준비 중이시다. 맛있는 부대찌개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휴식시간이 많았던 만큼 내일은 부지런해져야겠다.
이제 지중해 바다에도 밤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곧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한 다음 취침할 것이다. 꿈속에서도 게임을 할까?

2006. 1. 5. 지중해 위에서... 나라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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