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종단

4박 5일 살림 설명서

by 백선우 posted Jan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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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이 무슨 큰 여행이라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네가 유럽 가기 전 들뜬 걸 이젠 이해하겠구나.

마음은 부산한데, 뭘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다.

반찬도 지금 있는 것 처리하고 만들려니 안 먹을 것 같아서 준비하기가 그렇고.

무엇보다 선우의 솜씨를 아니까, 준비 안 해도 될 듯하고.

 

일요일 늦게 오면 제대로 네게 일러주지 못할 것 같아서 미리 적어본다.

일주일동안 아버지 밥 잘 챙겨드리자. 아마 아침은 아버지가 챙기실테니 저녁만큼은 늦지 않도록 하자.

저녁은 간단하게 다신물에 떡국 끓이면 되는데 네가 싫어하지.

 

반찬이랑 과일 있는 곳 알려줄게

김 - 믹서기 선반 위(아버지는 김 안 구운 것 좋아하시고, 4등분해라. 6등분하니 너무 작다고 두 개를 덧대어 드시는 신기술을 발휘하시더라.)

사과 - 현관

귤 - 김치냉장고 상단 파란색 뚜껑 통

스파게티 소스도 사놨다 - 김 옆자리

고성 찰떡 한 박스에서 조금 헐었다. - 냉장실에 조금(네가 올 때쯤 다 먹었지 쉽은데.), 냉동실에 현미쌀 봉지에 있다.

가래떡(냉동실) - 떡국떡 말고도 떡볶기로 쓸 수 있게 해놨으니 떡볶기 해먹어도 된다.

시래기국 재료 - 냉동실에 있고, 다신물도 냉동실에 있으니, 국 끓여 먹으면 된다.

이참에 된장찌개, 김치찌개도 만들어 먹어봐.

된장찌개

1. 멸치(냉동실 중간쯤에 크기별로 있으니 조금 큰놈으로) 반 줌 넣고 끓으면 불 줄여 5분 정도 더 끓이다, 다시마 넣고 5~7분 정도 더 끓여 건져 낸다(시간 꼭 이렇게 안 지켜도 되는데 이러니까 내가 전문가 된 기분)

2. 요즘은 무를 넣으니 맛있더라. 무가 잘 안 익으니 무를 맨 먼저 넣고, 된장 넣는데, 꼭 땡초 써 놓은 작은 통에서 땡초를 3개 정도 썰어 넣어라. 우리 된장만으로는 맛이 덜 난다.

3. 파(내일 냉동실에 파 다듬어 넣어놓을게)가 몸에 좋다하니 중간 크기로 찾아 넣고, 마늘 조금 넣으라.

4. 고춧가루 조금 넣어 색을 내고

5. 나만의 비법인데, 매실 액기스를 한술 정도 넣으면 감칠맛이 있다.

 

김치찌개

오늘 저녁 멸치 다신물에 김치찜을 해놨는데, 네가 올때쯤 있을려나. 어쨌든 적어볼게

1. 묵은지(김치냉장고 상단의 투명한 통의 것 쓰면 되고 그 통의 남은 김치국물은 다른 13이라 적어놓은 통에 부으면 된다)를 썰어서 냄비에 식용유 붓고 달달 볶아라. 이때 잘 볶아야 나중에 김치가 잘 익는다. 김치찌개에는 양파를 아끼지 말고 파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넣어라.두부 있으면 넣으면 되고. 쓴 맛이 비칠때는 설탕을 약간 넣고, 이것도 간을 봐서 간이 안 맞으면 소금을 조금 넣어야 된다.

근데 이래 쓰고 나니 인터넷 보면 다 나올테고, 내가 석달 열흘 여행 가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봐. 이번 기회에.

김치 - 다 먹으면 다시 내어서 먹자

나박김치 - 엄마가 티비 보고 생전 처음 만들었다. 먹어봐. 이젠 맛 들어서 괜찮다. 먹을 때, 미나리(큰 창문 앞 상 위에서 해바라기 하고 있음) 씻어서 적당하게 잘라서 넣으면 된다.

쌀 - 저녁에 미리 씻어놓는데, 점심을 딴 걸로 먹고, 아침 저녁만 먹으려면 두 컵 반하면 될 건데 그건 네가 양 보면서 조절해라.

 

만약에 내가 시간이 없어서 네 여행 빨래를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1. 검은 빨래와 안 검은 빨래 구분, 물론 침낭도 따로 세탁

2. 둘 다 애벌빨래가 필요한 것은 따뜻한 물로 해주기. 세탁비누는 샴푸선반 두 번째 오른쪽에 있다.

3. 세제는 물비누로 하고 뚜껑의 2/3정도 넣기

4. 전원, 헹굼 1번 후 ‘동작’으로 빨래 불려서 끄진 후, 10~30분쯤 지난 후 ‘동작’ → 두 번, 더 돌린 후 탈수 말리기

5. 날씨에 미세먼지 경보가 울릴 경우는 밖에 널면 안 된다. 큰 방에 여유 옷걸이로 실내에서 말리던지, 아니면 검은 창고에서 말려라.

 

선우야, 4박 5일동안 네 나름의 여행이 되겠구나. 11박 12일보다 더 센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를 믿고 엄마 마음 편히 출발할게.

 

2015년은 우리 가족 모두가 조금 더 웃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