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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두드리시며 기상을 알리는 대장님의 소리가 조급하다. 새벽 4시. 오늘의

바쁜 일정을 알아서일까? 열차는 우리를 예정 도착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Roma

Tiburtina역에 데려다 주었다. 대원들은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열차에서

내려선다. 로마의 이른 아침, 역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드물다. 우리나라 새벽의 활기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Roma Termini에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다. 유럽의 지하철은 처음이다.

많이 흔들리는 탓에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다. 힙합스타일의 노래가

들리고, 벽에는 여기저기 스프레이로 낙서된 그림들로 이색적이다.

 

  Roma Termini역은 이탈리아 수도의 중심역인 만큼 호화스럽다. 쇠고기

비빔밥으로 아침 배를 채운 대원들은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짐을 맡긴다.

대부분의 역에서는 일정량의 돈을 지불하고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조그마한 방에 우리들의 짐을 모두 채워 놓고 자물쇠로 잠궈

버린다.

 

  9시 30분쯤 우리는 역에서 빠져 나왔다. 이때까지 유럽에 왔음을 실감하지

못했던 대원들도 이제는 유럽에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로마는 도시

자체가 고대 유적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걸음 내딛는 곳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돌멩이 하나하나에서부터 모든 건축물들이 예술품들로 가득

차있다. 가지런히 정렬시켜 놓은 듯한 건물들의 멋진 테라스와 문양들은 하나같이

고풍스러움을 뽐낸다.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산타마리아마조레 성당이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던

말구유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성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성당을 배경으로 대대별 사진을 찍은 우리들은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2천여 년 전 고대 로마의 시가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포로 로마노의

발굴 작업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파리의 상징이 에펠탑이라면 로마의 상징적인 명소는 콜로세움이라 할 수 있다.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고대 검투사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 “20장에 천원! 천원!”이라며 서투른 한국말을 외치며 엽서 파는

상인들이 그 번잡함을 더 해준다.  <벤허>, <글래디에이터> 등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대 경기장을 실제로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웅장한 함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약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하니 과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콜로세움에서 밖으로 나오다 보면 프랑스 개선문의

모델이 된 콘스탄티누스대제의 개선문을 볼 수 있다.

 

  포로 로마노 발굴 현장을 두루두루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진실의 입’ 앞에

도착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주연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을 통해

유명해진 이 로마의 명소에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입구에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대원들도 그 줄에 동참한다. 대장님에게 ‘진짜 거짓말을 하면 손이

짤릴까요??‘라고 물으며 걱정하던 대원들까지도 입에 손을 넣고 포즈를 취해본다.

손을 짤린 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 대원들은 모두 거짓말을 안 하는 착한

청소년들이다.. ^^

 

  다음으로 간 곳은 비토리오 엠마뉴엘 2세 기념관이었다. 이곳은 이탈리아

통일에 기여한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으며, 박물관에는 통일 전쟁에 관한 자료도

소장되어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치열했던 전쟁의 그림들이 마음을 엄숙하게

만든다. 기념관은 베네치아 광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그리고 로마의 모든 길은 이곳 베네치아 광장으로 통한다고 했다. 워낙 분수가

많은 로마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트레비 분수에서는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대장님의 말씀에 너나 할 것 없이

대원들이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너머로 동전을 던지기 시작한다.

 

  진실의 입과 더불어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스페인 광장에서 우리들은

그레고리 팩과 오드리 헵번이 된 양 계단에 앉아서 빵과 음료수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나보나 광장은 고대 로마시절 전차 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지금도

타원형의 트랙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4대 강을 상징하는 분수가

중심부에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상설시장이 열려져 있었다. 여기서 대원들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군것질 거리를 사먹는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몇몇 대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대장님에게 시간과

약속의 소중함에 대한 말씀과 함께 꾸중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대원들은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판테온이다. 모든 신들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것이었지만

통일된 뒤에는 이탈리아 왕들의 영묘로 쓰이고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천사가

만든 것‘이라고 극찬한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삼각 지붕과 일자 기둥들로만

구성된 외부를 보았을 때는 사뭇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외부 호화스러운 내부는

신들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을 듯 하다.

 

  천사가 발현했다는 안젤로 성을 지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바티칸

시국으로 향했다. 이곳의 중심부인 성 베드로 성당은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성당 입구에서 우리는 공항에서처럼 재킷까지 벗어 보이며 철통같은

검사를 통과해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곳은 르네상스 시대의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

대부분이 참여하여 12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완공되었다고 한다. 바닥부터

천장 하나 하나까지 대원들의 입에서“와~!”하는 함성이 절로 터진다.

 

  해가 지려고 할 때쯤이 되서야 오늘 하루의 일정이 끝이 났다. 대원들의

걸음걸이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대장님은 곧 따뜻한 어묵 국을 준비하셨다.

덕분에 평소에 적게 먹던 대원들도 금방 두 세 그릇을 비워낸다. 우리는 잠시 후

22시가 되면 우리는 다시 야간 열차를 타고 뮌헨으로 향할 것이다.

 

2006. 1. 8. 로마에서 나라대장

 

 

  독일에 도착해서 느낀 첫 이미지는 깨끗함이다.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대지는

온통 하얀 눈으로 소복하게 덮여있고, 깔끔한 주택들과 쾌청한 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오늘날 뮌헨이 독일 남부의 문화 교통, 상공업의 중심지로서 날로 번창하고

있음을 역의 규모에서부터 느낄 수 있게 한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우리는 다시

퓌센 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호엔 슈반가우 마을의 한

절벽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절벽 끝에서 우뚝 버티고 있는 노힌슈반슈타인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눈이 쌓인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30분 정도를 올랐을 때 우리는

성문과 만날 수 있었다. 누구나 이 성을 보게 된다면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바로 디즈니랜드 성의 모델이 된 성이기

때문이다.

 

  루드빅 황제가 세상에 남기고 간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성 중의 하나로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이 금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성을

완성하지 못하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루드빅 자신은 정작 하루도 이곳에서

살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교회, 침실, 거실, 연회장

순으로 안내했다. 대원들은 최대한 설명을 이해하려고 귀를 쫑긋거린다. 그러나

대부분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눈치다. 가이드의 설명이 영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준비되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는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 다시한번 실감하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성 내부의 수많은 방들의 가구들은 호화스럽기 그지없고, 각종 보석들로 장식된

샹들리에는 눈이 부실 정도이다. 벽면에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오늘날까지 선명한 색상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이 보존되고 있음에 놀라울

뿐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 또한 너무나도 아름답다.

 

  성에서 빠져 나온 우리는 아래 호수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호수는 꽁꽁

얼려져 있었다. 호수 빙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다시 뮌헨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대원들은 하루 종일 떨던 몸이

녹이고는 잠이 들었다.

 

  독일이라는 나라.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총대장님께서는 동독과 서독의 통일이야기를 해주시며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서 이번 일정에는 안타깝게 빠졌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베를린

장벽에 가볼 것을 추천하신다.

 

2006. 1. 9. 독일에서 나라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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