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다페스트 2일째
잠에서 깬 대원들이 하나둘씩 숙소에 있는 식당으로 모였다. 식당에는 빵과 치즈, 햄, 시리얼, 각종 음료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음식 채워 넣기가 무섭게 그릇들을 비워버린다. 배를 가득 채우고 방으로 돌아가면서도 빵 하나씩을 챙기는 대원도 있다. 식당직원이 옆에서 보다가 입을 쩍~!하니 벌리며 대원들의 식성에 한마디 붙인다.
식사 후 잠깐 동안이지만 꿀맛 같은 휴식을 가진 뒤 오늘의 탐사를 시작했다. 어제 밤 멋진 야경을 만들어 주었던 그곳이다. 어제 총대장님의 설명과 함께 멀리 보기만 했던 부다왕궁, 마차시교회, 어부의 요새, 약사박물관을 오늘은 가까이 찾아가서 볼 것이다.
세체니 다리를 건너 그다지 높지 않은 오르막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부다왕궁의 성문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다왕궁의 규모와 건물들의 화려함은 당시의 오스트리아-헝가리안 제국의 번성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왕궁을 지나 조금 더 가자 마차시교회와 어부의 요새가 보였다. 마차시교회는 황금 타일을 사용한 지붕을 가지고 있는 원색의 고딕 건물로 왕실의 결혼식과 대관식 등의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하자 자신의 왕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양 품위 있는 종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진다. 교회앞에는 파리 거리에서나 볼 듯한 차림의 화가들이 교회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통복장을 하고 군밤을 파는 상인의 모습은 꽤나 재미있다. 대원들의 사진요청에 상인도 흔쾌히 응해준다. 바로 앞에 있는 어부의 요새에 올라서니 부다페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경 못지않게 낮의 도나우 강과 부다페스트는 꽤나 멋진 장면을 만든다.
돌아오는 길에 세체니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는 한 헝가리 재래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총대장님은 대대장들을 불러 대대별로 용돈을 나누어 주셨다. 이곳에서 대대별로 점심식사 꺼리를 사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시간은 30분, 시작소리와 함께 뿔뿔이 흩어진다. 한참을 둘러보더니 잠시 후 양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집합 장소에 모였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공원에 모여 앉았다. 각 대대마다 구입한 빵과 과자, 음료수를 꺼내들었다. 누가 더 가격 흥정을 잘했는지, 어떤 메뉴를 선택했는지, 다른 대대의 것과 서로 비교해 보고 서로 바꿔 먹기도 한다.
일정표를 본 몇몇 대원은 전날부터 언제 전화 하냐고 따라다니면서 묻곤 한다. 숙소에 돌아오는 길, 기다리던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항상 밝게 웃고, 마냥 활발하게 지내던 대원들도 어느새 두 눈에서 참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린다. 괜히 내 마음도 울적한다. 한정된 시간과 여건 때문에 모든 대원에게 충분한 통화시간을 줄 수는 없다. 얼른 끊으라는 대장님의 눈치에도 대원들은 마지막까지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잠시 후 눈물의 흔적이 사라질 때 쯤 되어서야 대원들은 울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져 있음을 알고는 쑥스러워 하며 금방 웃음을 되찾는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의 통화였지만,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앞으로의 일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기차 시간이 조급해졌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들고 부리나케 역으로 향했다. 이번 열차를 타고 나면 2차 유럽탐사 팀과 잠시 합류하게 된다. 말을 잘 안 들어서 이제부터 무서운 2차 유럽 대장님들과 바꿔서 탐사를 진행한다고 잔뜩 겁을 줬다. 대원들은 행여나 그렇게 될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2차 유럽 팀이 우리보다 먼저 역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나라 친구들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반면에 서로 견제하는 눈빛을 보인다. 대원들은 다른 팀보다 서로 더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평소보다 대답도 크게 잘 하고, 줄도 곧잘 맞춰 선다. 2차 유럽 팀은 그동안 연습했던 유럽체조 시범을 보인다. 우리대원들이 따라하는 모습은 마치 탈춤을 추는 것 같다.
잠시 후, 1, 2차 대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함께 룩셈부르크 행 열차에 올라탔다. 내일 하루 동안은 60명이 넘는 큰 무리가 되어 움직이게 될 것이다. 늘어난 수만큼 안전과 통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2006. 1. 11 룩셈부르크 행 열차에서 나라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