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탐사 국가는 룩셈부르크와 벨기에이다.
우리가 탄 열차는 밤새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거쳐 룩셈부르크에 도착했다. 룩셈부르크는 과거 끊임없는 전쟁의 잔재들이 혼합된 도시이다. 지금의 500배가 되는 면적을 지닌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작은 소국이다. 그 대신 아름다운 공원과 견고한 요새, 그리고 약간 높은 언덕위에 옛날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옛날 읽었던 동화책 속에 나오는 그림 그대로의 평화로운 땅이다.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 날씨는 그리 좋지는 않았다. 희미한 안개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안개 속을 걷노라면 어느 동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헌법 광장으로 페세루테 계곡과 아돌프다리 등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 곳이다. 중앙에는 룩셈부르크의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황금의 여신상이 서 있다. 여신상 아래쪽에는 4개 국어로 설명되어 있다.
맞은편 노트르담 성당은 1613년과 1621년 사이에 세워진 교회로 고딕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내부에는 왕가의 거대한 석관,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 되지 않는다.
일찍이 룩셈부르크의 시가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성벽과 2개의 강으로 이루어지는 절벽의 요소에는 각종 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보크 포대는 최대 최강의 포대로 보존상태도 가장 좋다. 대원들은 포대위에 올라서서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그랜드 두칼 궁전은 대리석 궁전으로 현재 대공 집안은 시외로 주거를 옮겨 살고, 대공의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2층 정면에 왕가의 깃발이 게양되어 있으면 대공이 집무 중이라는 신호가 된다. 우리가 갔을 때는 국기가 게양되지 않았었다. 대신 궁전을 지키는 경비병들의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자못 근엄해야 할 경비병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우리에게 눈을 돌리고 웃고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우리는 서둘러 벨기에 브뤼셀을 향했다. 현재 유럽공동체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도이다. 가장 유명한 그랑플라스는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렀던 찬사에 어울리게 우리들을 15세기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랑플라스 주변에 있는 건축물 중 유난히 화려하고 눈에 띄는 건물이 시청사이다. 중앙의 뾰족탑 위에는 악마를 퇴치한다는 시의 수호천사 미카엘이 황금빛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성 미셀 성당은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광채는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아름답다.
어린 소년의 아주 자그마한 청동상 “오줌싸개 동상”은 브뤼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변을 보고 있는 벌거벗은 소년의 모양이 재미있어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우리는 역으로 향했다. 남아있던 대장님들이 미리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1, 2차 대원과 대장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우리 대원들은 2차 유럽 팀의 식성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2차 유럽 팀의 한 대대의 반찬 양을 보고는 전체가 먹을 거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사람들을 하나의 유대감을 만드는 일인 거 같다. 서로 곁눈으로 바라보던 대원들도 서로 어울림에 있어서 익숙해 보인다. 하지만 만나면 이별이라고 했다. 다시 헤어질 시간이다.
8시가 되어 우리가 먼저 암스테르담 행 열차를 타기위해 자리를 일어나야 했다. 대장님들은 대원들을 깜짝 놀래주기 위해 어제 이야기 했듯이 실제로 대장들을 바꾸는 것처럼 연기했다. 서로 바꾸어 대장과 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2차 유럽 팀 대장님들이 우리 대원들을 인솔하여 기차에 올랐다. 대원들은 진짜인 줄 알고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새로운 대장님 앞에서 서운한 티도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기차 출발시간이 다 되서야 1차 유럽 팀 대장님들이 서둘러 기차에 올라탔다. 그제서야 장난임을 눈치 채고 다시 돌아온 대장들에게 환호성을 보내주었다. 조그마한 해프닝이었지만 힘든 일정 속에 대원과 대장들에게 결속력을 키워주고, 모두에게 유쾌한 웃음거리 하나를 만들게 된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2차 유럽 팀의 배웅을 받으며 벨기에를 떠났다.
2006. 1. 12 벨기에를 떠나며 나라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