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기차 안은 대원들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밤새도록 이야기하는 소리로 늦게까지 떠들썩했다. 이제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대부분의 이들에게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를 다녀오지 않고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 파리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자신만의 개성이 담겨있다. 다른 유럽 나라보다 흑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흑인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어울린다. 까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보다 걸어 다니면서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쉽다. 하지만 파리는 파리다. 화려하고 수많은 예술품과 위대한 기념물들이 넘쳐나는 곳.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의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에 왔다. 이곳에 수집된 전시물을 각각 5분씩 만 본 다해도 10일은 방문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많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너스 조각과 모나리자, 니케상을 먼저 찾았다. 대원들의 사진기 셔터소리가 숨가쁘다. 책에서 보던 것들과 다를 것은 없지만 실제로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처럼 느껴진다. 안내 데스크에는 한글판 안내 팜플릿이 있었다. 우리를 보고 “차이나”나 “사요나라”를 외치는 곳에서 한글을 보니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지난 여름에도 없었는데 국내의 한 기업에서 협찬해 올해부터 한글판 팜플릿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 내에서 한번 길을 잃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내부구조는 복잡하게 되어있었다. 대장님은 안내판을 대원들에게 하나씩 다 나눠준다. 대원들은 수많은 작품들을 보느라 눈은 정신이 없다. 작품들의 아름다움은 말할 나위도 없고, 박물관으로 바뀌기 전 궁전이었다는 건물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일컬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으로 향했다. 겨울이라서 풍성한 나무는 없었지만 길게 늘어 선 가로수 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개선문은 나폴레옹 제국의 영광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폴레옹은 그 영광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사후 20여년이 지나서야 개선문을 지나 그의 유언대로 엥발리드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웅장한 개선문이 만든 그늘만큼이나 역사의 그늘은 깊고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선문 가까이 가 보니 내부의 벽면에는 나폴레옹이 치른 전투와 휘하의 장군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주변에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대로가 뻗어나간다.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우리는 서둘러 야경을 보기 위해 에펠탑으로 향했다. 저녁 6시 이후 매시간 정시에서 10분씩 켜지는 휘황찬란한 조명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파리라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건축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낮의 철제 건축물을 보면 그야말로 흉물이었지만 밤이 되니 이곳이 파리의 낭만 발전소가 되어 버린다. 그 불빛에 한껏 취해본다.
퇴근 시간의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주인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저녁상을 받았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밥상에 아이들은 감탄을 퍼붓는다. 이곳에는 많은 한국인 투숙객들이 있다. 그동안 우리와 가치관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 속에서 부딪히느라 잔뜩 긴장했던 아이들에게서 이제 여유가 느껴진다.
잠시 후 대장님이 한방으로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행사기간동안 생일이었던 대원들이 5명이나 있었다. 바쁜 일정 속에 제때 챙겨주지 못한 게 내심 걸렸었다. 오늘 케잌과 과자들을 펼쳐놓고 그들의 생일 파티를 했다. 대원들은 한입을 모아 노래를 불러주며 축하해준다. 집에 있었다면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더욱 근사한 생일상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친구들에게 축하 받는 일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 날 밤을 시끌벅적하게 보내겠다던 대원들의 말과는 달리 하나 둘씩 잠자리에 들었다. 왜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못 했을까??, 왜 조금 더 열심히 하나라도 더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었나...? 벌써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만회할 시간이 아직 남았다는 것에 감사해 할뿐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인천 공항에서 부모님 품에 안길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스린다.
2006. 1. 16. 파리에서 나라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