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국토종단 잘 하고 있지?
형은 오늘 유니스트 캠프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너한테 제발 편지 좀 하라고 하더라 ㅋㅋㅋ
오늘은 저녁에 소나기가 와서 더위가 조금 물러나긴 했는데 거기는 어떤지 모르겠네.
어제밤까지 너무 더워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엄청난 소나기가 내렸다. 그 소리에 잠이 깨서 문을 닫았는데 거기 전라도에도 소나기가 와서 더위를 씻겨주었을 생각에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엄마도 매일 매일 올라오는 국토 종단 사진보며 올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카톡에 열심히 너의 국토 종단기를 한장 한장 올리고 있다.
참! 산을 타는 게 많이 힘들었을텐데 한라산 정상까지 간 사진을 보니 진짜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엄마 아빠도 못한 한라산 정상 등반을 ㅡㅡㅡㅡ
유독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터라 독사진을 볼 때마다 화가 나 있는 것 같은데 거기 생활을 어떤지 진짜 궁금하네. 어딜가나 적응은 끝내주게 잘 하는 아들이라서 걱정은 안한다.
행군 사진을 볼 때마다 아빠랑 좀 편하고 좋은 배낭과 침낭을 사서 보내려고 고른 것이 배낭은 남들보다 크고 무겁지는 않은지, 침낭은 조금 덥지는 않은지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올 여름은 하필 여느 해보다 더 덥다는 폭염소식이 자주 들려와서 낮에는 걱정하고.. 밤에는 사진보며 또 안심하고 그러네. 엄마들 모두가 연맹에서 보내는 사진을 보고 숨은그림 찾기하듯이 아들 딸 모습을 찾는다. 아들 얼굴이 크게 나오면 그날은 로또 맞은 것처럼 기쁘고 반갑고 .....
이럴 줄 알았으면 눈에 확 띄게 머리를 파란색이나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보낼 걸 그랬다. ㅋㅋ
어느 정자 옆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행군하는 모습을 보니 사진이 너무 멋져서 잠시 감상 좀 하다가 어디 숨어 보이지도 않는 아들을 또 찾고 찾고 그랬네.
올 여름은 그 멋진 풍경 속의 주인공이다.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고 멋진 추억 쌓아올거라고 믿는다.
남은 일정도 열심히 행군하고 대원들끼리도 재미나게 지내면서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