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 4(일요일)
우리는 동래 읍성, 동래향교, 복천동 고분, 박물관 등을 구경하고 끝없는 행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가 아프고 짐이 정말 무거웠다.
점점 갈수록 발이 더 아파지고 발에는 쥐가 났다.
동래는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길었다.
다리는 아프고 포기할 순 없고 그러기에 나는 열심히 달렸다.
불이 나는 것,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녀왔다.
‘첫날인데도 이렇게 힘들면 이젠 얼마나 힘들까.’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고속도로, 국도, 흙 길 등을 밟으면서 이 길이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이 길이 사용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갔다.
동래가 끝나고 양산이 보이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또 어디서 많이 보던 네온싸인도 보였다.
아쉽게도 우리 동 옆길로 지나갔다.
어떤 누나와 어떤 형 또 석용이 형이 위로를 해주었다.
‘이제 다 와간다.’‘힘내자’하면서 말이다. 그 땐 정말 고마웠다.
또 어떤 형이 서울까지 가는데 힘들거라고 가방도 약간 들어주었다.
지금은 우리 집이 보이는 오봉초등학교 강당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04. 1. 5(월요일)
오늘은 어제 한 것의 2배 정도나 되는 길을 떠나야하는 오늘이다.
그래서 더 없이 긴장감이 돌았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배가 아파서 여전히 눈물이 나왔다.
‘엄마, 아빠’생각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물금시장 아줌마, 할머니의 위로의 말과 격려를 들으며 또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아주 큰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적응되어서 오늘 한 게 어제 보단 더 쉽게 느껴졌다.
문화유적지 답사는 하지 않았지만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밀양으로 가는 도중 철로 옆으로 나뭇가지가 아주 많은 길로 지나 다녔는데 그곳에서 새로 산 바지 하나가 구멍이 많이 났다. 넘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상하게 쉬고 일어날 때가 걸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이런 것도 참 좋은 경험인 것 같았다.
밀양에 도착했을 때 참 기뻤다.
앞에 이정표 같은 게 있길래 후레쉬로 비추었더니 ‘밀양시’라고 딱 적혀 있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런데 행복도 잠깐 마을회관을 찾는다고 몇km를 걸었다.
결국은 마을회관을 찾아 따뜻하게 누워 있다. 경복궁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04. 1. 6(화요일)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 경록이예요. 날씨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 막 생각하니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국토종단을 너무 우습게 봤어요.
너무 힘들어요. 약 400km 대장정을 말이에요.
과일, 과자,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도 다 먹고 싶어요.
물도 아주 귀하죠. 이 세계에서는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아요.
집에 가면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매일 수십 번 보는 기차를 보며 부산쪽으로 가는 기차는 악마가 ‘저거 타고 집에 가야지.’서울쪽으로 가는 기차는 악마가 ‘타고 싶다.’
천사가‘타면 안 되고 참아’이렇게 천사와 악마가 타일러 주죠.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탈 때 포카리스웨트를 많이 먹고 싶어요.
겨울인데도 물이 귀해서 수돗물을 매일 먹고 있어요.
오늘은 30km를 걸었어요. 청도까지 갔어요.
밀양에서 청도까지 꽤 멀더라구요.
일기를 쓰는 것도 여기서는 재미예요. 집에서는 쓰기 싫은데요.
방도 비좁고 모든 것이 거의 미달이에요. 영재도 잘 있죠?
항상 같이 자서 영재가 없으니까 잠이 제대로 안 와요.
아참 오늘은 밀양에서 아랑각, 박물관 등 많은 곳을 들렀어요.
저 잘 있으니까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경록 올림.
'04. 1. 6(화요일)
밀양에서 청도까지 간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멀진 않지만 오늘 다리 상태가 별로 안 좋기 때문이다.
아직은 3일 정도 밖에 안 있어서 많이 온건 아닌 것 같았다.
시작해보니 지도를 보는 것이랑 달라서 참 힘들었다.
물이 부족해서 정말 힘들었다.
오늘은 아랑각 등 밀양에 있는 유적을 들렀다.
점심은 특별히 김밥, 율무차가 나왔다.
거의 간식 수준이라서 내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김밥은 거의 씹히는 건 단무지 밖에 없었다.
물이 없었는데 마침 유명한 약수가 있어서 탄 목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물통에는 물이 여전히 들어 있었다.
39km나 걸어서 다리는 아프고 쉬고는 싶고 정말 짜증이 났다.
기차를 볼 때마다 말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지를 쓰는 내 발이 아직도 많이 아프다.
고속철도를 보니 우리와는 정말 차이가 났다. 안정감, 속도 다 뒤쳐졌다.
경복궁까지 열심히 더 열심히 가야겠다.
아빠, 엄마 건강하세요.
'04. 1. 7(수요일)
오늘은 드디어 대구에 도착하는 날이다.
어제는 경상남도를 넘었지만 오늘은 대구광역시에 도착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엄마와 떨어진지도 반(6일)이 되겠지. 오늘은 청도를 넘어 대구에 가는데 26km정도 밖에 안 되어서 좋았다.
처음보는 형식의 석빙고 군자전 등 비록 국보는 아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보물, 사적 등을 많이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니 좋았다.
기회가 없어서 못 가는데…….
이건 일석이조가 아닐까?
'대구광역시' 이렇게 대문짝 만하게 써 있을 때에는 정말 눈물이 나왔다.
'이 만큼이나 왔는데 서울까지 못 갈까'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오늘도 여전히 기차가 눈에 띄었다.
아주 빨리 가는 것이 얼마나 부럽던지…….
고속철도도 보았다. 안정감 있게 아주 빨리 가는 것 우리와 정말 차이가 많이 났다.
연대별로 팔조령에서 시합을 했다.
우리(1)연대는 속도에선 꼴등을 했지만 질서 같은 것은 1등을 했다.
노래도 부르고 스피드를 포기하고 우리는 팀의 질서만 중요시 생각했다.
다행히 꼴등은 면했다.
1등은 4연대가 해서 우리 1연대는 아주 아쉬워했다.
어떤 형은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탐험대에서 내가 이렇게 웃었던 적은 없었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집에 가면 그동안 못해드린 것 다 해드려야지.
'04. 1. 8(목요일)
나의 친가가 살고 있는 구미를 향하여 아침부터 열심히 출발했다.
하루에 안 울 때가 없는 나.
오늘은 안 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은 '찔끔찔끔' 나왔다.
4바퀴 특공 작전을 시행해 간신히 대구 시내를 넘고 30km를 걸었다.
30분 정도를 버스 타고 갔는데 그게 60km나 되다니 역시 차는 차인가 보다.
하루종일 걸어도 60km란 불가능이다. 대구 정말 많이 왔다.
끝이 없는 행군 길 그만하고 싶었지만 이미 결심한 마음에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구미까지 갔다.
나는 매일 산이나 언덕, 도로에 '○○시'가 적혀 있으면 정말 기쁘다.
그럴 때 지도를 보기도 하고 모두 다 함성을 지른다.
버스를 타도 대구시내는 정말 복잡했다.
고아읍에 있는 할머니 댁을 지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는 할머니께서 밖을 보고 계시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그건 이곳에선 상상이다.
점심엔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와 스프를, 저녁쯤에 코코아도 마셨다.
다부동에서는 전적 기념관을 구경해서 6.25 전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6.25전쟁에 쓰인 대포, 비행기, 장갑차, 탱크 등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역사 부문에 관심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6.25 전쟁의 내용 밖에 없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04. 1. 9(금요일)
특별한 점심과 힘든 행군 오늘의 일정이다.
오늘 얼마나 재미있는 점심, 맛있는 점심이냐면 내가 여태까지 먹은 음식 중 베스트 10위에 드는 음식이다. 라면인데 우리가 해먹었다.
냄비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나무. 지푸라기를 구해 열심히 만든 라면이기 때문이다.
대대별로 만들었는데 불어 터졌지만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없었던 것 같다.
라면 7개 이렇게 많이 끓여 본 적은 없었다.
냄비도 타고 아주 재미있고 맛있는 점심이였다. 한마디로 일석이조 이였다.
우리들의 선배라고 하시는 어떤 분의 아빠가 강나루 회식당을 하시는데 마침 낙동에 있어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잤다.
그분께 참 고맙게 생각했다. 밑에는 나이트가 있어서 쿵쿵 울렸다.
좀 시끄러웠지만 또 좀 울렸지만 따뜻한 곳에서 잔 게 너무 너무 좋았다.
여태까지 추워서 못 잤는데 오늘은 더워서 못 잘 것 같다. 너무 따뜻해서 말이다. 여태까지와는 따뜻한 것이지만 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역시 집은 편하고 좋다.
빨리 그리운 집으로 가고 싶다.
'04. 1. 10(토요일)
'어휴 힘들어'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를 몇 km를 뛰었다. 거의 5km정도를 말이다.
지금도 그 일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졌다. 강나루 회식당에서 자고 난 후 아침체조를 하고 행군을 시작했다.
점심시간 무렵 우리는 정말 숨이 차도록 뛰었다. 몇km를 뛰다니 정말 힘들고 대단했다.
그 후 점심을 먹는 학교 운동장에서 엄청난 기합을 받았다. 연속으로 힘든 일을 하니 온 몸이 뻐근해서 쓰러질 것 같았다.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김밥 2줄과 오뎅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반성시간에 엄마, 아빠, 영재가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눈물은 뚝뚝 그칠 줄 모르고 그 일로 눈이 아파졌다.
종이에는 잉크가 번지고 엄마, 아빠, 영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난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또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아주 웃긴 일이 발생했다. 밥을 먹은 초등학교에서 말이다. 널이 있었는데 최대장님이 널뛰기를 하다가 널이 부서진 것이다. 그 일로 최대장님은 잠시동안 도망쳤고 운동장은 웃음으로 번졌다. 그 일을 아직까지 학교가 모르고 있을까?
'04. 1. 11(일요일)
요즘은 시간이 좀 빨리 가는 것 같다. 그냥 걷기만 하면 쉬고 밥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젠 나도 여기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매일 지도를 보고 기록하면서 '우리가 이 정도나 왔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한다.
여기 오면서 '엄마, 아빠에 대한 정은 떠나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엄마, 아빠도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얼마나 내가 좋게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고 말이다.
'아, 추워' 곧 가다가 이런 소리가 나왔다. 어제 대장님께 들었는데 난 '설마'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하였다. 계곡같은 곳에서 발을 씻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이다. 남자는 웃통까지 벗었다. 온몸엔 닭살이 돋고 정말 추웠다. 계곡 물도 얼어서 물에는 얼음이 둥둥 떠다녔다.
그 후 쉴 때 학교 운동장에서 페러글라이딩을 했다. 몇 명만 했는데 다 어이없게 실패하고 끝났다. 약간 겁이 날 것 같았지만, 하늘은 넓고 참 재미있고, 꿈일 것 같았다.
오늘은 숙소에 빨리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곧 문경새재라서 그곳에서 잘 곳이 제대로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곧 집이다. 열심히 해야지.
'04. 1. 12(월요일)
오늘도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거리고 언제 그칠까? 매일 이런 생각을 한다.
오늘은 문경새재를 넘어야 한다. 옛날에 왔던 길과는 다르지만 힘들었다. 무인시대 촬영장이 있고 예전에 봤던 왕건 촬영장이 있었다. 올라갈 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참, 문경새재를 가기 전에 새재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을 방문하여 구경했다.
새재 박물관은 가 봐서 조금 시시했다. 문경지방에는 자연환경이 알맞아서 그렇다고 한다. 새재에는 1, 2, 3 관문이 있었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조금만 걸어도 '헥 헥' 거렸다. 겨우겨우 어떤 형 손에 이끌려 3관문까지 갔다. 맛있는 바나나를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은 눈이 너무너무 많이 온다. 양산에서는 보기 힘든 함박눈 같았다. 눈은 많이 오는데 그저 전진뿐이었다. 눈이 많아 와서 쉬지도 못하고 다리는 점점 아파 오고 바지는 젖고 또 눈은 계속 쌓였다. 눈이 와서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다리가 아픈 건 마찬가지... 이제 겨우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 와서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오늘은 숙소가 좁아 아마 앉아서 자야 할 것이다. 앉아서 자면 피로가 풀릴지...
지금은 교회이다. 문경새재를 떠나고 이제 경상도를 넘었다. 경상도를 넘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다. 경상도야, 안녕!!!
'04. 1. 13(화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눈이 왔다. 밤새도록 눈이 쌓여서 양산에선 보기 힘든 눈싸움도 할 수 있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서 '바스락바스락' 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출발했다. 눈을 밟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
바닥은 미끄럽고, 갈 길은 멀고 좀 짜증났다. 일어나니 거의 모든 것은 흰색이 되어서 색깔이 거의 한 가지 색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엄마, 아빠, 가족이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항상 엄마, 아빠, 가족들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비가 내린다.
요즘은 시간이 좀 빨리 가는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결심한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이젠 몇 밤만 자면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오늘 점심은 정말 특별하고 간단했던 것 같다. 빵 2개 초코파이 1개 스프. 좋아하는 음식들이지만 배는 별로 차지 않았다.
충주 시내를 넘어 이천을 향해... 지금 이 숙소에선 52km를 더 가야한다. 이제부턴 일정이 더 바빠지겠지.. '기상' 이란 소리도 더 짜증날 테고 말이다.
오늘은 망원경으로 토성, 어떤 별 같은 것을 보았다. 용인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말이다.
토성을 정말 구슬 같았다. 두르고 있는 테도 환상적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경복궁까지...
'04. 1. 14(수요일)
오늘도 짜증나는 기상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열심히 침낭을 개고 화장실을 갔다 왔다. 앞으로 두 밤만 자면 엄마, 아빠를 만난다. 엄마, 아빠, 영재가 웃는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
지도를 보자 입이 쫙 벌어졌다. 며칠 안 남아서 좋았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눈이 와서 길의 3/4이 빙판길이기 때문에 미끌미끌하여 속도를 그렇게 빨리 내지는 못한다. 열기구도 하고 소문에 의하면 교통 수단을 한 번 탄다고 한다.(그건 소문이기 때문에 확실치 않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튼 아주 일정이 빡빡하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진다. 물고기들도 말이다.
오늘은 경기도에 도착했다. 역시 도경계에서는 뛰고 난리들을 쳤다. 미끄러운 빙판길이지만 우리들은 달렸다. 지금 이천에 있다. 경기도만 도착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막상 그러니 예상한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을 쳐서 2박 3일이다. 모레면 가족들의 그 웃는 얼굴 그 그리운 얼굴을 볼 수 있겠지? 내가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만나서'사랑해요' 이 단 한마디이지만 이 한마디를 생각하는 데에도 눈물 몇 방울이 소비된다.
눈을 밟으며 출발하고 아주 힘든 행군이 내일의 목표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04. 1. 15(목요일)
오늘은 여전히 눈을 밟으며 소복소복 눈길을 걸어갔다.
아침부터 눈물이 좀씩 나왔다. 꿈을 꾸었는데 내 동생 영재와 손을 잡고 온 나라와 시내를 돌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정을 나누며 옷도 사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꿈이다. 그 꿈으로 영재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걷겠다고 결심했다. 하루만 자면 된다고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트럭엔 열기구가 놓여져 있어 이미 탈것을 예상했다.
오늘도 여전히 빙판길. 아주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미끌미끌 걸었다. 오늘따라 끝이 없는 길. 더 열심히 걷겠다고 결심했지만, 좀 힘들고 뒤쳐지게 걸었다.
잊지 못할 열기구를 탈 시간이 되자, 비행기 말고 내가 직접 하늘을 날아보았다.
재미는 없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내가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카레를 먹고 출발을 하려는데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4바퀴 특공작전을 다시 시행한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왔더니 일산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에 시원한 샤워와 따뜻한 방에 자려고 한다. 또 오늘밤엔 맛있는 고기를 먹는다.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여기서 쓰는 건 마지막 일지이다.
대장님! 힘드신데도 잠도 안자고 밤에 시장 갔다 오시고 저희를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들, 형님, 누나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 열심히 하자!!
우리는 동래 읍성, 동래향교, 복천동 고분, 박물관 등을 구경하고 끝없는 행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깨가 아프고 짐이 정말 무거웠다.
점점 갈수록 발이 더 아파지고 발에는 쥐가 났다.
동래는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길었다.
다리는 아프고 포기할 순 없고 그러기에 나는 열심히 달렸다.
불이 나는 것,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녀왔다.
‘첫날인데도 이렇게 힘들면 이젠 얼마나 힘들까.’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고속도로, 국도, 흙 길 등을 밟으면서 이 길이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이 길이 사용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갔다.
동래가 끝나고 양산이 보이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또 어디서 많이 보던 네온싸인도 보였다.
아쉽게도 우리 동 옆길로 지나갔다.
어떤 누나와 어떤 형 또 석용이 형이 위로를 해주었다.
‘이제 다 와간다.’‘힘내자’하면서 말이다. 그 땐 정말 고마웠다.
또 어떤 형이 서울까지 가는데 힘들거라고 가방도 약간 들어주었다.
지금은 우리 집이 보이는 오봉초등학교 강당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04. 1. 5(월요일)
오늘은 어제 한 것의 2배 정도나 되는 길을 떠나야하는 오늘이다.
그래서 더 없이 긴장감이 돌았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배가 아파서 여전히 눈물이 나왔다.
‘엄마, 아빠’생각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물금시장 아줌마, 할머니의 위로의 말과 격려를 들으며 또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아주 큰 일을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적응되어서 오늘 한 게 어제 보단 더 쉽게 느껴졌다.
문화유적지 답사는 하지 않았지만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밀양으로 가는 도중 철로 옆으로 나뭇가지가 아주 많은 길로 지나 다녔는데 그곳에서 새로 산 바지 하나가 구멍이 많이 났다. 넘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상하게 쉬고 일어날 때가 걸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
이런 것도 참 좋은 경험인 것 같았다.
밀양에 도착했을 때 참 기뻤다.
앞에 이정표 같은 게 있길래 후레쉬로 비추었더니 ‘밀양시’라고 딱 적혀 있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런데 행복도 잠깐 마을회관을 찾는다고 몇km를 걸었다.
결국은 마을회관을 찾아 따뜻하게 누워 있다. 경복궁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04. 1. 6(화요일)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 경록이예요. 날씨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 막 생각하니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국토종단을 너무 우습게 봤어요.
너무 힘들어요. 약 400km 대장정을 말이에요.
과일, 과자,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도 다 먹고 싶어요.
물도 아주 귀하죠. 이 세계에서는요.
음식을 보면 군침이 돌아요.
집에 가면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요.
매일 수십 번 보는 기차를 보며 부산쪽으로 가는 기차는 악마가 ‘저거 타고 집에 가야지.’서울쪽으로 가는 기차는 악마가 ‘타고 싶다.’
천사가‘타면 안 되고 참아’이렇게 천사와 악마가 타일러 주죠.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탈 때 포카리스웨트를 많이 먹고 싶어요.
겨울인데도 물이 귀해서 수돗물을 매일 먹고 있어요.
오늘은 30km를 걸었어요. 청도까지 갔어요.
밀양에서 청도까지 꽤 멀더라구요.
일기를 쓰는 것도 여기서는 재미예요. 집에서는 쓰기 싫은데요.
방도 비좁고 모든 것이 거의 미달이에요. 영재도 잘 있죠?
항상 같이 자서 영재가 없으니까 잠이 제대로 안 와요.
아참 오늘은 밀양에서 아랑각, 박물관 등 많은 곳을 들렀어요.
저 잘 있으니까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경록 올림.
'04. 1. 6(화요일)
밀양에서 청도까지 간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멀진 않지만 오늘 다리 상태가 별로 안 좋기 때문이다.
아직은 3일 정도 밖에 안 있어서 많이 온건 아닌 것 같았다.
시작해보니 지도를 보는 것이랑 달라서 참 힘들었다.
물이 부족해서 정말 힘들었다.
오늘은 아랑각 등 밀양에 있는 유적을 들렀다.
점심은 특별히 김밥, 율무차가 나왔다.
거의 간식 수준이라서 내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김밥은 거의 씹히는 건 단무지 밖에 없었다.
물이 없었는데 마침 유명한 약수가 있어서 탄 목이 참 좋아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물통에는 물이 여전히 들어 있었다.
39km나 걸어서 다리는 아프고 쉬고는 싶고 정말 짜증이 났다.
기차를 볼 때마다 말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지를 쓰는 내 발이 아직도 많이 아프다.
고속철도를 보니 우리와는 정말 차이가 났다. 안정감, 속도 다 뒤쳐졌다.
경복궁까지 열심히 더 열심히 가야겠다.
아빠, 엄마 건강하세요.
'04. 1. 7(수요일)
오늘은 드디어 대구에 도착하는 날이다.
어제는 경상남도를 넘었지만 오늘은 대구광역시에 도착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엄마와 떨어진지도 반(6일)이 되겠지. 오늘은 청도를 넘어 대구에 가는데 26km정도 밖에 안 되어서 좋았다.
처음보는 형식의 석빙고 군자전 등 비록 국보는 아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보물, 사적 등을 많이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니 좋았다.
기회가 없어서 못 가는데…….
이건 일석이조가 아닐까?
'대구광역시' 이렇게 대문짝 만하게 써 있을 때에는 정말 눈물이 나왔다.
'이 만큼이나 왔는데 서울까지 못 갈까'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오늘도 여전히 기차가 눈에 띄었다.
아주 빨리 가는 것이 얼마나 부럽던지…….
고속철도도 보았다. 안정감 있게 아주 빨리 가는 것 우리와 정말 차이가 많이 났다.
연대별로 팔조령에서 시합을 했다.
우리(1)연대는 속도에선 꼴등을 했지만 질서 같은 것은 1등을 했다.
노래도 부르고 스피드를 포기하고 우리는 팀의 질서만 중요시 생각했다.
다행히 꼴등은 면했다.
1등은 4연대가 해서 우리 1연대는 아주 아쉬워했다.
어떤 형은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탐험대에서 내가 이렇게 웃었던 적은 없었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집에 가면 그동안 못해드린 것 다 해드려야지.
'04. 1. 8(목요일)
나의 친가가 살고 있는 구미를 향하여 아침부터 열심히 출발했다.
하루에 안 울 때가 없는 나.
오늘은 안 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은 '찔끔찔끔' 나왔다.
4바퀴 특공 작전을 시행해 간신히 대구 시내를 넘고 30km를 걸었다.
30분 정도를 버스 타고 갔는데 그게 60km나 되다니 역시 차는 차인가 보다.
하루종일 걸어도 60km란 불가능이다. 대구 정말 많이 왔다.
끝이 없는 행군 길 그만하고 싶었지만 이미 결심한 마음에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구미까지 갔다.
나는 매일 산이나 언덕, 도로에 '○○시'가 적혀 있으면 정말 기쁘다.
그럴 때 지도를 보기도 하고 모두 다 함성을 지른다.
버스를 타도 대구시내는 정말 복잡했다.
고아읍에 있는 할머니 댁을 지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는 할머니께서 밖을 보고 계시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그건 이곳에선 상상이다.
점심엔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와 스프를, 저녁쯤에 코코아도 마셨다.
다부동에서는 전적 기념관을 구경해서 6.25 전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6.25전쟁에 쓰인 대포, 비행기, 장갑차, 탱크 등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역사 부문에 관심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6.25 전쟁의 내용 밖에 없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04. 1. 9(금요일)
특별한 점심과 힘든 행군 오늘의 일정이다.
오늘 얼마나 재미있는 점심, 맛있는 점심이냐면 내가 여태까지 먹은 음식 중 베스트 10위에 드는 음식이다. 라면인데 우리가 해먹었다.
냄비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나무. 지푸라기를 구해 열심히 만든 라면이기 때문이다.
대대별로 만들었는데 불어 터졌지만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없었던 것 같다.
라면 7개 이렇게 많이 끓여 본 적은 없었다.
냄비도 타고 아주 재미있고 맛있는 점심이였다. 한마디로 일석이조 이였다.
우리들의 선배라고 하시는 어떤 분의 아빠가 강나루 회식당을 하시는데 마침 낙동에 있어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잤다.
그분께 참 고맙게 생각했다. 밑에는 나이트가 있어서 쿵쿵 울렸다.
좀 시끄러웠지만 또 좀 울렸지만 따뜻한 곳에서 잔 게 너무 너무 좋았다.
여태까지 추워서 못 잤는데 오늘은 더워서 못 잘 것 같다. 너무 따뜻해서 말이다. 여태까지와는 따뜻한 것이지만 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역시 집은 편하고 좋다.
빨리 그리운 집으로 가고 싶다.
'04. 1. 10(토요일)
'어휴 힘들어'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를 몇 km를 뛰었다. 거의 5km정도를 말이다.
지금도 그 일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졌다. 강나루 회식당에서 자고 난 후 아침체조를 하고 행군을 시작했다.
점심시간 무렵 우리는 정말 숨이 차도록 뛰었다. 몇km를 뛰다니 정말 힘들고 대단했다.
그 후 점심을 먹는 학교 운동장에서 엄청난 기합을 받았다. 연속으로 힘든 일을 하니 온 몸이 뻐근해서 쓰러질 것 같았다.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김밥 2줄과 오뎅국을 먹고 출발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반성시간에 엄마, 아빠, 영재가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눈물은 뚝뚝 그칠 줄 모르고 그 일로 눈이 아파졌다.
종이에는 잉크가 번지고 엄마, 아빠, 영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난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또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아주 웃긴 일이 발생했다. 밥을 먹은 초등학교에서 말이다. 널이 있었는데 최대장님이 널뛰기를 하다가 널이 부서진 것이다. 그 일로 최대장님은 잠시동안 도망쳤고 운동장은 웃음으로 번졌다. 그 일을 아직까지 학교가 모르고 있을까?
'04. 1. 11(일요일)
요즘은 시간이 좀 빨리 가는 것 같다. 그냥 걷기만 하면 쉬고 밥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젠 나도 여기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매일 지도를 보고 기록하면서 '우리가 이 정도나 왔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한다.
여기 오면서 '엄마, 아빠에 대한 정은 떠나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엄마, 아빠도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얼마나 내가 좋게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고 말이다.
'아, 추워' 곧 가다가 이런 소리가 나왔다. 어제 대장님께 들었는데 난 '설마'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하였다. 계곡같은 곳에서 발을 씻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이다. 남자는 웃통까지 벗었다. 온몸엔 닭살이 돋고 정말 추웠다. 계곡 물도 얼어서 물에는 얼음이 둥둥 떠다녔다.
그 후 쉴 때 학교 운동장에서 페러글라이딩을 했다. 몇 명만 했는데 다 어이없게 실패하고 끝났다. 약간 겁이 날 것 같았지만, 하늘은 넓고 참 재미있고, 꿈일 것 같았다.
오늘은 숙소에 빨리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곧 문경새재라서 그곳에서 잘 곳이 제대로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곧 집이다. 열심히 해야지.
'04. 1. 12(월요일)
오늘도 가족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볼 때마다 눈물이 글썽거리고 언제 그칠까? 매일 이런 생각을 한다.
오늘은 문경새재를 넘어야 한다. 옛날에 왔던 길과는 다르지만 힘들었다. 무인시대 촬영장이 있고 예전에 봤던 왕건 촬영장이 있었다. 올라갈 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참, 문경새재를 가기 전에 새재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을 방문하여 구경했다.
새재 박물관은 가 봐서 조금 시시했다. 문경지방에는 자연환경이 알맞아서 그렇다고 한다. 새재에는 1, 2, 3 관문이 있었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조금만 걸어도 '헥 헥' 거렸다. 겨우겨우 어떤 형 손에 이끌려 3관문까지 갔다. 맛있는 바나나를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은 눈이 너무너무 많이 온다. 양산에서는 보기 힘든 함박눈 같았다. 눈은 많이 오는데 그저 전진뿐이었다. 눈이 많아 와서 쉬지도 못하고 다리는 점점 아파 오고 바지는 젖고 또 눈은 계속 쌓였다. 눈이 와서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다리가 아픈 건 마찬가지... 이제 겨우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 와서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오늘은 숙소가 좁아 아마 앉아서 자야 할 것이다. 앉아서 자면 피로가 풀릴지...
지금은 교회이다. 문경새재를 떠나고 이제 경상도를 넘었다. 경상도를 넘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다. 경상도야, 안녕!!!
'04. 1. 13(화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눈이 왔다. 밤새도록 눈이 쌓여서 양산에선 보기 힘든 눈싸움도 할 수 있다. 소복소복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서 '바스락바스락' 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출발했다. 눈을 밟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
바닥은 미끄럽고, 갈 길은 멀고 좀 짜증났다. 일어나니 거의 모든 것은 흰색이 되어서 색깔이 거의 한 가지 색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엄마, 아빠, 가족이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항상 엄마, 아빠, 가족들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비가 내린다.
요즘은 시간이 좀 빨리 가는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결심한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이젠 몇 밤만 자면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오늘 점심은 정말 특별하고 간단했던 것 같다. 빵 2개 초코파이 1개 스프. 좋아하는 음식들이지만 배는 별로 차지 않았다.
충주 시내를 넘어 이천을 향해... 지금 이 숙소에선 52km를 더 가야한다. 이제부턴 일정이 더 바빠지겠지.. '기상' 이란 소리도 더 짜증날 테고 말이다.
오늘은 망원경으로 토성, 어떤 별 같은 것을 보았다. 용인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말이다.
토성을 정말 구슬 같았다. 두르고 있는 테도 환상적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경복궁까지...
'04. 1. 14(수요일)
오늘도 짜증나는 기상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열심히 침낭을 개고 화장실을 갔다 왔다. 앞으로 두 밤만 자면 엄마, 아빠를 만난다. 엄마, 아빠, 영재가 웃는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
지도를 보자 입이 쫙 벌어졌다. 며칠 안 남아서 좋았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눈이 와서 길의 3/4이 빙판길이기 때문에 미끌미끌하여 속도를 그렇게 빨리 내지는 못한다. 열기구도 하고 소문에 의하면 교통 수단을 한 번 탄다고 한다.(그건 소문이기 때문에 확실치 않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튼 아주 일정이 빡빡하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진다. 물고기들도 말이다.
오늘은 경기도에 도착했다. 역시 도경계에서는 뛰고 난리들을 쳤다. 미끄러운 빙판길이지만 우리들은 달렸다. 지금 이천에 있다. 경기도만 도착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막상 그러니 예상한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을 쳐서 2박 3일이다. 모레면 가족들의 그 웃는 얼굴 그 그리운 얼굴을 볼 수 있겠지? 내가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만나서'사랑해요' 이 단 한마디이지만 이 한마디를 생각하는 데에도 눈물 몇 방울이 소비된다.
눈을 밟으며 출발하고 아주 힘든 행군이 내일의 목표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04. 1. 15(목요일)
오늘은 여전히 눈을 밟으며 소복소복 눈길을 걸어갔다.
아침부터 눈물이 좀씩 나왔다. 꿈을 꾸었는데 내 동생 영재와 손을 잡고 온 나라와 시내를 돌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정을 나누며 옷도 사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꿈이다. 그 꿈으로 영재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걷겠다고 결심했다. 하루만 자면 된다고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트럭엔 열기구가 놓여져 있어 이미 탈것을 예상했다.
오늘도 여전히 빙판길. 아주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미끌미끌 걸었다. 오늘따라 끝이 없는 길. 더 열심히 걷겠다고 결심했지만, 좀 힘들고 뒤쳐지게 걸었다.
잊지 못할 열기구를 탈 시간이 되자, 비행기 말고 내가 직접 하늘을 날아보았다.
재미는 없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내가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카레를 먹고 출발을 하려는데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4바퀴 특공작전을 다시 시행한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왔더니 일산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에 시원한 샤워와 따뜻한 방에 자려고 한다. 또 오늘밤엔 맛있는 고기를 먹는다.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여기서 쓰는 건 마지막 일지이다.
대장님! 힘드신데도 잠도 안자고 밤에 시장 갔다 오시고 저희를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들, 형님, 누나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 열심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