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4. 바티칸 시국
50차 유럽문화체험탐사 이틀째 날이다.
어젯밤 비행기에서 기나긴 여정을 이겨내고 늦은 시간 숙소에 도착하여 깊게 자지 못했을 텐데도, 한명도 빠짐없이 이른 아침 식사시간을 지켜 주었다. 호스텔 안에 있는 바에서 빵에 잼을 바르고 치즈와 햄, 시리얼과 자몽도 챙겨 먹었다. 모스크바를 경유해 로마까지 오는 긴 시간동안 서로 옆에 앉았거나 하룻밤 함께 방을 썼던 친구들과 부쩍 친해진 모습이다.
로마 일정은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지역이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식사 후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한자리에 모인 후, 숙소 근처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역 앞에서 총대장님이 나눠준 일회권 지하철 표를 받고 내릴 역이 어딘지 설명을 들은 후 함께 지하철로 이동했다. 테르미니역부터 바티칸시국까지는 여섯 개의 역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바티칸 시국의 높다란 돌담을 따라 끝도 없이 줄을 서있었다. 다행히 단체권을 미리 구입해둔 덕분에 아이들은 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앞에서 대장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헤드셋을 차례로 빌린 후 박물관을 관람하고 개인 사진도 찍고 성 베드로 성당까지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등 높은 천장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보자 아이들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식사는 성당에서 가까이 위치한 한 레스토랑. 한국에도 바티칸 시국 근처 맛집으로 소문이 난 집이라 식사하는 동안 몇몇 한국 관광객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현지의 까르보나라 파스타는 한국에서 먹던 크림 파스타와 조리법이 달라서 그런지 낯설어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 종류의 피자, 까르보나라와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와 음료까지 두둑이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온 덕분에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할 만큼 제 입맛에 맛는 음식을 비워내는 아이들이었다.
숙소로 돌아갈 때도 바티칸에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처음 바티칸으로 이동할 땐 대장들도 대원들도 잔뜩 긴장했는데, 한 번 왔다 갔다 하니 아이들에게도 대중교통이 조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함께 탐사하고 식사하는 동안 더욱 가까워져 시내를 걸을 때 전보다 부쩍 시끌벅적해졌다.
테르미니 역 안에 있는 마트에 잠시 들렀다. 그곳에서 현지 물가 조사를 하며 오렌지나 콜라 등 식료품과 치약 등 생필품이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 비교하며 일지에 기입했다. 그 후 물과 과일 등 본인에게 필요한 걸 샀다. 자유시간을 갖거나 숙소에 있는 동안, 필요한 게 있거나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을 땐 아이들이 직접 현지인들에게 서툰 영어더라도 자신감있게 말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어젯밤 자정 넘어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바티칸 시국 탐사 후, 세시쯤 숙소에 돌아오는 길을 무척 반가워했다. 숙소에서 한 자리에 모여 전날 공항에서 걷었던 용돈의 반을 받아서 용돈 기입장에 기록한 뒤, 오늘 다녀온 바티칸 시국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그 후 대장님의 이탈리아에 대한 설명과 내일 갈 로마 시내의 문화 유적지에 대해서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은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해서 먹었다. 이탈리아 파스타 종류 중 하나인 라자냐 그리고 후식으로 티라미슈 또는 이탈리아 전통 푸딩 판나코나를 골라 먹었는데, 낯설었지만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후 일과를 마무리하며 일지 쓰는 시간을 갖고 내일 일정을 위해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