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의 캄캄한 하늘에서 눈보라가 칩니다. 며칠 간 따뜻했던 남도의 갑작스런 기상에 누군가는 행군걱정이 앞서지만 누구에게는 설레이는 첫눈이기도 합니다.
날이 밝고 눈발이 잦아드는 8시, 대원들은 누릿재로 향합니다. 편백나무가 울창한 누릿재의 숲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160여년 전 남도 유배길 중 한 코스입니다. 자작하게 눈이 와 미끄러운 산길에 조심조심 발을 디뎌 넘어봅니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험한 길이었지만 대장들의 지시를 잘 따라준 대원들 덕에 모든 인원이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누릿재를 벗어난 대원들의 눈앞에는 월출산의 절경이 펼쳐졌습니다. 하천을 앞에 두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월출산의 절벽은 달력의 페이지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생생히 아름다웠습니다.
누릿재와 월출산을 등지고 영암으로 넘어오자 날씨가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눈바람을 몰아치다가도 파란 하늘을 반짝 보여주고, 어깨에 쌓인 눈을 털기도 전에 다시 함박눈을 펑펑 쏟아냅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오늘의 숙영지로 향하기 위해 차가 쌩쌩 달리는 4차선 도로로 나섭니다. 항상 차량통행이 적은 도로를 이용해왔기에 위험한 도로에 선 대장들은 잔뜩 긴장한 채 바쁘게 경광봉을 흔듭니다. 발걸음을 재촉해 안전히 도로를 빠져나온 대원들은 해 질 무렵 영암의 오장성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시간, 종일 기름과 씨름을 한 취사대장님께서 찹쌀탕수육을 해 주셨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탕수육에 큰 솥 하나가 금새 동이 났습니다. 행군 4일차, 일정에 완전히 적응해가는 대원들은 나날이 식성이 좋아집니다. 때문에 매일 식사량을 맞추는 일이 고역이지만 대원들은 늘 넉넉하게 준비한 음식들을 먹어치웁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고된 환경에 어리광을 피울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른스럽게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동안 몰라보게 성숙해질 아이들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