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식이 있는 자그레브의 아침.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있다. 숙소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실내로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이탈리아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오자 조식에 나오는 음식도 조금 달라졌다. 빵과 함께 다양한 햄, 치즈 그리고 달걀 등. 눈에 띄는 건 크로아티아의 전통 치즈다. “맛있게 생겼어요.”하며 접시에 한가득 담아온 한 아이는 생각지 못했던 맛이었는지 옆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다시 돌아와 버스에 탄 우리가 향하는 곳은 플리트비체.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곳이다. 역시 몇년 전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공원 곳곳에서 한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플리트비체 전체는 유네스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다. 공원 매표소 앞에는 유네스코 지정 유산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었다. 표지석 너머 입구로 들어섰더니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반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원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를 만났다.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모여 새로운 호수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높다란 절벽에서부터 떨어지는 폭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아래 서 있자 사방에서 비가 내리듯 물방울이 우리에게로 튄다.
우리는 청록색 호수 위로 나있는 나무다리를 따라 상류로 천천히 다시 걸어 오른다. 오늘 걸을 곳은 B코스, 약 세네시간이 소요되는 길이다. 상류로 걸어 올라 호수 반대편으로 배를 타고 이동해 다시 산길을 따라 오기로 한다.
공원 곳곳에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들이 눈에 띈다. 쓰레기통이나 다리, 안내표지판도 모두 나무로 만들어 두었다. 에메랄드빛 투명한 물 아래로 바위와 수초가 보이고, 그 사이를 물고기들이 오가고 있다.
겨울이라 조용하고 한적하다. 여름철이라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의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었겠지만 겨울엔 그만의 또다른 깊이가 있었다. 나뭇잎이 사라진 자리엔 가려져 보이지 않던 이끼 낀 암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르던 수초는 갈빛으로 변해서 호수를 더 운치있게 만들고 있었다.
몇 되지 않는 관광객들과 발맞춰 배 타는곳까지 금세 올랐다. 우리는 아침에 먼저 준비해온 샌드위치와 바나나를 받는다. 비수기라 식당에 파는 음식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아 햄과 치즈 그리고 야채가 든 바게트빵과 콜라를 먹고 아이들은 배를 두드린다.
호숫가에 오리들을 보며 잠시 시간을 갖다가 배가 오자 올라탄다. 드넓은 호수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향한다. 나무가 무너지거나 길이 없어 걸을 수 없는 곳은 국립공원의 작은 버스로 이동했다. 반대편으로 오니 우리가 걸었던 길이 한눈에 담긴다. 플리트비체의 꺾어지를듯한 절벽과 갖가지 색을 담은 호수를 뒤로 하고 우리는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간다.
자그레브로 돌아와서 우리는 밀려있던 빨래를 하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움직여 리조또와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를 시켜 먹었다. 이제껏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며 아이들은 엄지를 치켜든다.
오늘 하루 자연 속에서 힘차게 걷고 돌아온 아이들. 오늘의 플리트비체가 오래 잊지 못할 그림같은 한폭의 풍경으로 아이들 마음에 자리잡았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