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부산스럽고 바쁜 아침이었습니다. 두 손 가득 꽁꽁 뭉친 주먹밥을 든든히 먹고 평소보다 부지런히 출발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아침 행군의 풍경이지만 예쁘게 떠오른 그날의 새해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섭섭하기도 합니다.
부쩍 어른스러워진 대원들은 눈에 서로 가까워져습니다. 몸에 밴 속도와 규칙으로 발 맞춰 걷다보니 함께하는 친구들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전우마냥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이주 남짓한 시간동안 가족처럼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전라도를 지나오던 우리는 한파와 매일같이 함께했습니다. 두꺼운 패딩을 꽁꽁 싸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걸어온 지난 시간이 무색하게도 오늘은 영상 6도의 따뜻한 기온이었습니다. 그간 쌓여있던 눈이 녹는 날씨에 몇몇 대원은 덥다며 반팔만 입은 채로 걷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제주도에서 넘어와 해남을 출발한 아이들이 전라남도, 전라북도를 스스로 걸어 충청남도를 마주한 날 이기 때문입니다. 오전 내 익산을 걸어 ‘충청남도’가 적혀있는 이정표를 마주한 대원들은 개인사진과 단체사진을 남겨 어느때보다 짜릿한 이 기분을 기억했습니다. 벌써 두 번째 도경계지만 대원들이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논산에 들어선 아이들은 한 초등학교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채소를 안 좋아하는 대원들을 위해 취사대장님이 특별히 여러 나물을 볶아 비빔밥을 만들어주셨는데요. 무나물, 고사리나물 등 인기 없는 메뉴들이 금새 동이 났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평소 같으면 숙영지에 도착해 씻고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도 대원들은 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조금 긴 거리에 대원들이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대원들은 야간행군을 멋지게 끝냈습니다. 대원들은 생각만큼 체력도 쑥 자라났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국토대장정 동안 자라날 아이들이 기대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