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의 둘째날이다.
사흘간 머무르기 때문에 그간 일정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준비하고 출발할 수 있겠다.
조식으로는 스위스 치즈와 홈메이드 뮤즐리가 나왔다. 빵과 더불어 야채와 음료도 이젠 익숙하게 챙겨 먹는다.
맛있게 밥을 먹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부모님과의 영상통화.
그간 가족과 메세지는 간간히 했더라도 얼굴을 보는 건 대부분 처음이었다.
그토록 보고싶던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안부를 전한다.
몇몇 친구는 전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눈물부터 보인다.
평소에는 씩씩한 모습을 보이던 친구였는데, 부모님 앞에서는 한없이 어려지는 것 같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장들의 눈시울도 함께 붉어진다.
어느때보다 꽁꽁 동여매고 일찍이 로비로 모였다.
모든 일정을 통틀어 가장 추운 나라로 떠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스위스 알프스 산 중 하나인 티틀리스에 오르는 것.
원래 필라투스를 가려 했지만 다른 산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바라는 눈썰매를 위해서다.
눈이 많이 오지 않는 날이면 제 아무리 필라투스 산자락이라 하더라도 썰매를 탈 수 없다고 한다.
오랜만에 탈 썰매에 잔뜩 들뜬 아이들은 아침에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 자랑하는 걸 빼먹지 않았다.
버스로 사오십분 이동한다.
아침에 바로 일어나서 움직여서 그런지 아이들은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모두들 잠에 골아 떨어졌는지 항상 시끌벅적하던 버스가 한없이 조용하다.
단잠에 빠져있는 사이 도착한 티틀리스.
새하얀 눈이 잔뜩 덮인 뾰족한 산 아래 자그마한 건물들이 앙증맞게 들어서있다.
이곳은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찾는 모양이다.
그래도 비수기라 그런지 아이들은 줄 없이 한 번에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네다섯명씩 짝을 지어 들어간 곤돌라는 설산을 향해 달린다.
발 아래로는 작은 점이 된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우리가 출발했던 곳으로 활강하고 있다.
점점 더 높아지는 고도에 귀가 멍멍해진다.
다시 내린 곳에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회전식의 큰 곤돌라가 있었다.
삼백육십도로 돌면서 티틀리스 산의 경치를 즐기며 산 정상, 엥겔베르그로 올라간 아이들.
곤돌라에서 내린 우리는 바로 점심을 먹었다.
미리 준비해둔 몇 종류의 샌드위치, 비스킷과 정상에 있는 식당에서 산 콜라다.
커다란 통유리로 티틀리스 풍광을 바라보니 입맛이 더 도는 것도 같다.
이제 산으로 향할 시간.
머리 바로 위에는 푸른 하늘에 태양이 떠 있다.
평소 입었던 것보다 더 두껍고 따뜻하게 입었는데도 옷을 파고드는 추위가 느껴진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장갑을 꺼내 끼고, 목도리를 한번 더 동여메고 외투의 모자를 푹 눌러쓴다.
삼각산에 흰 눈이 두껍게 쌓여있고, 사람들이 밟고 간 자리를 따라 아이들은 천천히 걷는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경사인데도 아이들은 힘들었는지 금세 헥헥거린다.
가다가 주저 앉아버리는 친구의 손을 다시 잡고 정상까지 올라본다.
여기 저기서 스키타는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아래가 까마득히 보이지도 않는다. 가파른 절벽 위에 흔들다리를 걸어본다.
무서워하면서도 한 친구가 한 발 내딛으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아래를 보고 떨어질 것 같다며 도중에 돌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끝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재밌었다고 말하고 기념사진도 한 장 남긴다.
이제는 다시 아래로 내려갈 시간.
하늘과 맞닿아있던 엥겔베르그에 인사하고 우린 곤돌라를 한 번 타고 썰매타는 곳에 내렸다.
스키 타는 사람들을 지나 튜브 썰매를 탈 수 있는 곳에 도착한다.
한국과 달리 썰매타는데 큰 규제도 없어서 아이들은 꺾어질듯한 설산 아래에서 오래동안 썰매를 즐긴다.
마지막엔 한 줄로 연결해서 썰매를 타다가 우당탕 넘어지기도 하지만,
절대 잊지 못할 티틀리스에서의 추억을 하나 쌓고 가는 아이들이다.
오늘의 여정은 조금 길다. 스위스 루체른 탐사까지 있기 때문이다.
해질녘쯤 시내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빈사의 사자상으로 향한다.
호프교회 북쪽의 작은 공원에 있는 사자 조각으로, 프랑스 혁명때 왕과 왕비가 머물던 궁전을 지키던 스위스 군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자는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가난했던 스위스의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우리는 근처 기념품 가게로 이동한다. 많은 친구들이 스위스 국기가 그려져있는 아미나이프를 산다.
제 이름을 새기기도 했지만 아버지 혹은 어머니 선물로도 많이 준비해가는 모양이다.
걸어서 호프교로 움직인 우리들.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한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꼽힌다.
시내에서도 보이는 우뚝 솟은 두 첨탑, 그리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오천여개의 파이프로 만든 오르간이 있다.
호프교에서 나온 우리가 갈 마지막 곳은 카펠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란다.
다리엔 감옥도 있고, 천장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백십여장이나 있다고 한다.
해가 넘어간 뒤의 짙푸른 하늘, 그 아래 백조들이 노니는 호수와 저 멀리 눈쌓인 알프스 산 자락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리를 걸어 본다.
들어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뒤 호스텔에서 나오는 저녁을 기다린다.
햄과 버섯이 든 커리 비슷한 소스에 볶음밥. 그리고 디저트까지.
고생했던 하루를 음식으로 위로해본다.
밥을 먹고 연대별로 모인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할 일은 바로 독도기 만들기.
내일 향할 스트라스부르에서 독도 알리기 캠페인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형식을 정해줬는데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독도기를 만들어본다.
서로 알고 있던 정보를 공유하며 몰랐던 부분을 배우고 알아간다.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걸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핸드폰을 켜서 영어로 정보를 찾아보고 적어두는 아이들이다. 없던 애국심까지 생겨난다. 아이들이 오늘의 이 마음을 간직하고 훌륭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금세 저마다 멋진 독도기를 뚝딱 만들어낸다.
며칠 안되는 시간동안 연대별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서로 손발을 맞추는 법을 스스로 배운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제는 자야한다.
그간의 일정 중 어느때보다 하루동안 많은 일을 한 아이들이다.
정신도 체력도 점점 더 단단해지는 멋진 대원들의 내일도 파이팅 넘치기를.
#유럽여행 #비젼여행 #청소년유럽 #겨울방학캠프 #동기부여 #청소년겨울방학 #유럽문화 #유럽문화탐사
#겨울방학유럽 #한국청소년탐험연맹 #해외탐방 #유럽배낭여행 #유럽탐방 #스페인 #이탈리아 #로마
#초등학생유럽여행 #중학생유럽여행 #스위스 #티틸리스 #카펠교 #루체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