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원들, 어제 숙영지를 더 좋은 곳으로 옮기느라 오늘 걸어야 하는 길이 조금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밤새 편안하고 따듯한 실내에서 잠을 자 괜찮은 듯합니다.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추운 속을 든든하게 율무차로 채우고 기나긴 행군길에 나섭니다.
오늘은 태극기와 연맹기를 들고 가는 기수와, 조금 늦는 친구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줄 대원들도 선발했습니다.
다음 숙영지로 향하는 길, 많이 걷는다는 말에 지레 겁먹은 대원들에겐 걱정이 앞섭니다. 한참을 걷다 첫번째 쉼터”평창 청심대”로 들어섭니다. 청심대는 청심의 절개를 귀히 여기기 위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내리쬐는 햇빛이 대관령이라 더 뜨겁게 느껴지는 건 기분탓일까요? 높은 고도에서 맞는 햇빛은 싱그러운 동시에 한없이 맑은 듯 합니다. 후끈한 행군대열 속 우리는 터널 하나를 만납니다. 대원들은 잠시나마 해를 피하며 걷는 게 마냥 좋은가 봅니다.
다음 쉼터는 신리초등학교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국토대장정 중 만나는 학교에 유독 관심을 보입니다. 벌써 학교가 그리운 걸까요? 차가 없는 주차장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학교가 이상하나봅니다. 대원들은 밀린 일지를 쓰거나 장기자랑하고, 수준급 노래실력에 모두들 박수갈채를 쏟아냅니다.
자 이제 최종 숙영지로 이동합니다. 길고 긴 행군에 대원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합니다. 왼쪽을 보면 물안개가 자욱히 깔려있고, 거미는 이슬맺힌 거미줄에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국어 시간에 글로만 배우던 물안개를 눈으로 직접 보니 아이들도 대장들도 신기한 반응입니다.
걷고 걸어 해가 달로 바뀌었습니다. 밤하늘을 바라다보면 머리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이 무서울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있습니다. 눈이 좋은 아이들은 별똥별을 보고 못 본 대원들은 다음 별똥별은 어디로 떨어질까, 눈이 빠져라 하늘을 쳐다봅니다.
한 대원이 말 합니다. "이런거 볼 땐 국토대장정 오길 잘 한 거 같아요."
처음 하는 야간 행군에 아이들은 무섭기도하고 힘이듭니다. 그러나 옆에 서있는 대원과 어깨동무를 하며, 얘기하며, 서로에게 빛을 나눠주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빛이 되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