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의 늦은 기상시간, 오늘은 특별한 행군 일정이 없어서 간만에 푹 늦잠을 잤습니다. 새벽 5시의 기상시간이 적응이 되었는지, 어떠한 알람소리 없이도 새벽 6시에 멀뚱 멀뚱 일어난 대원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원주의 ‘살구나무 예술농장’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이틀간 30km가 넘는 거리를 행군했던 대원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더 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9시 30분 쯤 아침을 먹고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원들끼리의 화합이 좋아,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12명의 대원들 모두 함께 시간을 잘 보냅니다. 이제는 전자기기가 없는 삶에도 익숙해졌나봅니다. 휴대폰 없이 몇 시간동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장님들의 노트북으로 함께 올림픽을 시청하기도 하고, 마피아 게임, 눈치게임, 각종 손뼉게임들을 하며 즐거워보이는 대원들입니다.
한 시쯤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메뉴로 나온 감자탕의 맛이 일품입니다. 어제부터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잠깐동안 비추는 햇빛, 또 다시 굵은 빗방울, 변덕스러운 굳은 날씨의 연속입니다.
원주시내 빨래방에 가서 그동안 밀려있던 빨래를 해결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빨래를 빨고 말렸지만, 습한 날씨 때문에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가방속에는 꿉꿉한 냄새가 진동이었습니다. 8일가량 묵혀있던 빨래를 해결하고 바싹 건조까지 시키니, 마음 한 켠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4시쯤 간식으로 여러종류의 많은 음식들을 먹었습니다.
국립 평창 수련원 전 원장님께서 대원들을 위해 찐 감자와, 찰옥수수, 복숭아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맛있는 옥수수를 자유롭게 대원들끼리 각자만의 취향대로 조리해서 먹습니다. 버터와 설탕을 섞어 옥수수에 바른 후 화로에 구워먹는 아이들, 이런 사소한 과정들 마저 즐거운지 서로 해보겠다고 난리입니다. 요 며칠 사이 받은 사랑이 듬뿍입니다.무더위 속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는 대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습니다. 어젯밤 간식으로 먹은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은 44차 대장님이신 정재학 대장님께서 선물해주셨습니다. 찐감자와 옥수수를 먹고 나니, 43차 대장님이신 김지훈 대장님께서 만두와 강원도의 명물인 감자떡을 사오셨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감자떡, 쫀득한 식감과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담백한 맛이 납니다. 감사한 마음을 안고 간식을 먹으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대원들입니다.
마침 비가 그치고, 배를 꺼뜨리기 위해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놉니다. 이제는 어디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넓은 평지와 공만 있으면 몇시간이든 뛰어놉니다. 지치지 않는 아이들의 열정과 해맑음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팀을 나누어 축구도 하고 배구와 피구도 함께 합니다 저녁으로는 4명씩 짝을 지어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떡, 오뎅, 양배추, 파, 메추리알과 라면사리를 기본 재료로 나누어주고, 만두와 햄, 치즈와 같은 특별 재료를 걸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먹고 싶은 재료를 넣어 각자만의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씻고 일지를 쓰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내일 있을 행군을 위해 재정비를 마친 후 8시 30분쯤 총대장님의 소집으로 한 자리에 모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행군을 진행하며 멀리 떨어져 있었던 부모님의 사랑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올려주셨던 ‘아들딸들아’ 게시판의 편지내용을 대원들이 전해받았습니다. 휴대전화 없이, 행군일정 중에는 부모님과 연락을 할 수도, 얼굴을 마주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매일 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일지만으로 아이들의 하루를 알 수 있었던 부모님들. 일지가 올라오는 시간만을 목놓아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느리게 가는지. 내 아들, 딸들의 얼굴이 어디있나 작은 모습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대원들은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사랑을 가득 담아 써주신 편지를 가슴속에 품어봅니다. 따뜻한 온기를 느껴집니다. 집에서 매일같이 먹었던 따뜻한 집밥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집에서 매일같이 해결해주셨던 빨래에도, 옷가지에도, 방 청소, 가방 정리에도 얼마나 많은 관심이었는지.. 이제서야 다시금 집에서의 일상을 되돌아봅니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며 하나 둘 씩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기 시작합니다. 힘든 행군을 이겨냈던 끈기, 함께 했던 동료들과 그동안 잘 이끌어 준 대장님들이 있었기에 매일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많이 의젓해진 아이들인가 싶다가도, 아직은 영락없는 어린 아이들입니다.
마음을 담아 답장 편지를 작성합니다. 종이가 모자라다는 대원, 밤을 세워 편지를 써야하는데 시간이 모자라다는 대원들이 많습니다.
편지를 쓰던 도중, 탐험연맹의 ‘유럽 문화탐방’과 그동안 ‘여름 국토대장정’을 담당해주셨던 송경호 총대장님께서 피자를 들고 대원들을 찾아오셨습니다. 오늘은 아주 배불리,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들을 먹습니다. 마지막 야식으로 복숭아와 피자를 함께 먹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 하루도 마무리 합니다. 대원들의 대장정을 끝까지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발걸음을 해주신 대장님분들, 각자의 집에서부터 전해받은 부모님의 편지들.
남은 4일 동안 한층 더 변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아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
흐르는 눈물과 담긴 의미를 오래도록 가슴속에 새기길 바래봅니다 :)
내일부터 다시 행군,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기간도 멀리서 응원 보내주세요 !
이상으로 일지대장 김지민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밤 되세요 !
대장님들도 건강에 유의하시길 빕니다.
끝까지 힘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