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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인에게

by 아빠다 posted Jul 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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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쳐져 친구들이랑 인솔하시는 분에게 짐이나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충청도를 관통하고 전라도에 도착했다니 사실 좀 놀랍다. 아빠라면 아마 집에 보내달라고 길에 대자로 뻗지 않았을까? 아빠 논산에서 훈련받을 때 거의 졸도할 뻔 했는데. 영인이가 논산의 황토를 밟았다니 아빠는 감개가 무량해진다. 아빠는 가기 싫은 군대를 억지로 가서 행군이다 뭐다 정말이지 하기 싫은 군사훈련을 억지로 하면서 논산의 황토흙을 정말 싫어했는데. 영인이는 거금 들여 땀 뻘뻘 흘리며 고생고생 논산 길을 걸었네. 황토가 많은 지역에서는 바람 부는 날 저녁놀이 끝내준다. 작은 황토 입자가 하늘로 날아 올라 지는 해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논산에서 훈련받던 시절 그런 저녁놀을 자주 봤다. 아빠는 그런 저녁놀 보면서 서울에 두고온 네 엄마 생각했는데. 그 때는 아빠랑 엄마 연애시절이었거든. 영인이는 논산 지나면서 그런 저녁놀 봤는지? 붉은 색이 점점 옅은 보라빛으로 변하다가 자주빛으로 아주 짙어지는 것. 아빠는 하늘이 그렇게 변하는 걸 지켜보며 행군을 하다가 길가 도랑에 발을 헛딛어 빠졌더랬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리 훈련병들을 인솔하던 사병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였더랬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귀찮더라도 씻을 기회가 생기면 자주 씻어라. 힘들수록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