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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by 동인동녕엄마 posted Aug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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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잘 지내고있지?
이젠 이틀후면 너희를 볼수가 있겠네
엄마는 그동안 너무너무 잘 지냈는데 너희도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기억되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 되겠니

그런데 너희들 어제 어무이 생일인거 알고있니?
이 기회에 엄마도 소중한 추억하나 갖고 싶어서 교회 친구들과(5명) 1박2일 양평콘도에 놀러 갔다왔어. 새벽에 등산도 하고 야외 수영장에서 애들처럼 신나는 물놀이도 했다?
생일 전야제로 시작해서 생일날 아침에 친구들이 끊여준 미역국. 잊지 못할꺼다.
결혼전 할머니가 끊여주신후 처음 받아보는 생일 아침상 이었다.
지난6월에 갔을때 분명히 콘도에 제과점이 있었는데 없어져서 케익을 구할수가 없었어
물론 초도 있을리가 없지
기상천외한 생일파티였다.
아빠가 하사한(?) 포도주를 유리컵에 한잔씩 따르고 아이스크림 한통 열어놓고(그래도 하겐다즈 였음) 불을 다끄고 모기향에 불 붙여서 타들어가는 모기향 바라보며 식탁주위에 둘러서서 생일축하 노래 부르는 개띠 아줌마들의 모습을 상상해 봐라
죽이지?
평생 잊을수 없는 생일파티 였다.
엄마가 운전을 했는데도 돌아와서 전혀 피곤한줄 몰랐다.
아빠와의 생일축하 파티가 남아 있잖니
프로방스에서 와인한잔 곁들여 스페샬 코스로 스테이크와 크랙을 먹었다.정말 맜있었어
달팽이랑 양파스프도 맛있더라
그 순간에도 어무이는 너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돌아오면 조만간에 너희들과 함께 식사하자고 아빠결제를 받아놨다
동인아
어제 어디서 어떻게 엄마 핸드폰에 문자 메세지를 보냈니?
생일인줄 알고 보낸거니?
있잖아 엄마가 사고친거 고백할께
새벽에 등산하고 내려와 너무 근사한 아침을 배불리 먹고나니 졸음이 막 쏟아지더구나
잠깐 졸았는데 핸드폰이 메세지 왔다고 삑삑 거리는 거야
얼떨결에 눌러보니 "엄마 나 동인인데"하고 제목이 뜨잖니
얼마나 놀랬던지 비몽사몽간에 이게 뭔 일이다냐 하고 서둘러 꾹 눌렀는데 지움을 사정없이 눌러버렸다.
친구들이 옆에서 배꼽빠지게 웃는 동안 엄마는 거의 10분동안 실신 상태였다.
얼마나 어렵게 보냈을 메세지냐
그 다음은 너의 상상에 맡긴다.

애들아
엄마 이제 할일이 많다.
동녕이 가정숙제(바느질)마무리 해야하고, 도덕숙제 태극기도 그려야하고....
너희들 방대청소, 월마트에 장도 보러 가야지
휴우~ 너무 놀았네
참 책가방도 사야한다.
껌 넣고 세탁기 같이 돌아서 가방 끝장 냈다 (운동화도 같이 빨았쪄)
재산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부모님중에 경험 있으신분 혹시 껌 떼는 방법 없나요?)

동인 동녕아
진짜 보고싶다
보고 싶은건 그래도 참을수 있는데 만져보고 싶고 뽀뽀 하고 싶은건 더 참을수없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공항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꼭 한번 안아보자
사람들이 본다고 궁둥이 빼면 그땐 집에와서 감당하지 못할일이 생겨도 난 책임안져

탐험연맹 붙들고 10일 이상 살았다
박승민 대장님 목소리도 정겹다.
얼굴을 알순 없지만 탐험대보낸 부모님들의 심정을 함께 나눌수 있어서 또한 흐믓했어
축복받은 아이들이라 생각했다.
가족의 보물을 선뜻 품에서 내어 놓았던 부모님들의 용기가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아들아
너희들의 소중한 추억거리를 우리 만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즐기고 만들어와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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