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風雲!
오늘은 2003년 새해 첫날이다. 백두산의 일출을 보았는지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흘러가는 시간에다 매듭을 지어서 그걸 하루니 1주일이니 1년이니 뭐니 하면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그리고 삶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전진하는 삶을 살아나간다.
게다가 새로운 다짐을 위해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예전에 우리 식구들이 땅끝 마을, 서해의 마령, 당진 왜목마을을 찾았던 것처럼 새해의 일출을 보러 가기도 하고, 뭔가 기억이 될 만한 일을 만들기도 한다.
이제 해가 바뀌고 게다가 그 바뀌는 새해를 우리 민족의 발원지요 정신의 고향이며 한반도의 정수리인 백두산에서 맞이했다는 것은 아주 의미가 크고 네 앞으로의 삶에서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또한 클 것이다.
백두산이 어떤 곳이냐?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고구렷적 장수들이 드넓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곳이고, 발해의 사나이들이 대웅의 꿈을 가꿔나가던 곳이다.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의 꿈이 시작되고, 조선의 김종서나 남이 장군이 호탕한 기상을 키웠던 곳이다. 일제의 폭압 아래서는 독립투사들이 민족의 영산인 그곳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진 고난을 이겨내시고 지켜왔던 곳이다.
오늘의 일정은 모두 다 백두산과 관계있게 짜여져 있구나.
모쪼록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고, 고구렷적 장수들 처럼 발해의 억센 사나이들 처럼 백두의 기상을 마음에 가슴에 담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하운이는 네가 출발하고 난 뒤 강화도를 찾았다. UNESCO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인 부근리 고인돌도 답사하고, 여러 강화의 유적지를 또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의 통한이 서린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도 찾았다. 하운이에게 많은 설명도 해주고 그랬더니 확인도 하더구나.
그리고 인천의 월미도에 와서 하루를 잤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수시로 왔던 수원의 화성(역시 세계문화유산)도 죽 보았다. 정약용 선생의 거중기가 한 솜씨 발휘된 그 성 말이다.
민속촌을 둘러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사서함 방송을 통해 탐험대장님 말씀도 듣고 오늘은 씩씩하고 믿음직스런 네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서울의 네 외조부모님도 좋아하시고 큰 외삼촌 내외께서도 풍운이의 안위를 걱정해 주셨다. 나중에 다녀오거든 네가 직접 전화라도 드리거라. 식구들은 다 건강하니 아무 걱정말고 네 발전을 위해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풍운이의 건강과 꿈을 위하여.....
2003년 1월 1일
아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