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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5 13:21

재영에게

조회 수 190 댓글 0
재영아~~

지금 너는 해남에서 영암으로 이동하고 있겠지.
그 길은 아빠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비포장 도로였었다. 차가 덜커덩 거리기 시작하면
나이드신 분들은 차 멀미를 하느라 차안이 온통 냄새로 들끓었었는데......,
어느 날인가 도로 포장이 말끔하게 되자 차 굴러가는 소리가 자클하더라.
아마 네가 걷는 길도 지금은 마음 속에서 많은 갈등으로 덜커덩 거리겠지만
경복궁에 도착하는 순간 자클하게 여름 하늘을 날아가게 될 것이야.

여름에 긴 시간을 걷는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야. 가끔은 배낭을 집어 던져 버리고도 싶고
숫가락 하나라도 배낭에서 빼내고 싶은 마음이 들거야. 그러나 시간은 흐르는 법, 어차피
경복궁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면,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미래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자기 삶의 정신적 지주를 이 기회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가끔 네 친구들 한테서 전화가 오더라. 국토 탐험 갔다고 이야기하면 끊더라.
아마 같이 운동하자고 전화하나 보다. 너희들이 움직이는 상황은 <현장탐험소식>란을
통해서 보고 있다. 원영이 너 한림공원에서 찍은 사진도 보았고 목소리도 청취했다.
원영이는 또 코피를 흘렸나 보구나. 코딱지 파지 마라고 당부를 더 했어야했는데....

밥 먹는 것, 잠자는 것, 씻는 것, 걷는 것 모든게 다 궁금하다. 만나면 다 이야기해주라.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2003년 8월 5일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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