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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아 ! 사랑한다.

by 이 원철 posted Aug 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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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아들 원철에게!
보고싶구나.
힘들지?
엄마가 얘기 하나 해 줄까?
1997년 4월 말 엄마가 병이 나서 수술을 받았다는 것
너도 잘 알거다.
어려움 속에서 수술 끝나고 얼마 후 항암 치료를 받았단다.
의사 선생님이 9사이클(9개월)의 화학요법을 받을거라고 하시더구나.
처음 한 두 달은 얼떨결에 지나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단다.
머리칼이 빠지고, 피부가 정상인에 비해 거칠고 검어지고, 부석부석
부어올라 몰라보게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로웠지만,
한달에 2번 맞는 항암 주사는,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싫었단다.
엄마는 상당히 의지가 강하고 정신적으로 자신을 잘 통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데,
항암 주사 맞는 중에 계속되는, 창자까지 쏟아져 나올것 같은 구토
증세는 어떡게 해 볼 도리가 없더구나.
더구나 엄마의 한없이 초라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게
못견디게 싫었단다.
그래서 엄마는 그런 모습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항상 커튼을 쳐놓고 주사를 맞았단다.
그래서 우리 가족중에 어느 누구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단다.
엄마는 생각했었다.
어떻게 하면 내 앞에 닥친 현실을 조금이나마 좋게 바꿀 수 있을까?
엄마가 읽은 책 중에 -제목은 잘 모르겠다. -
어느 무용가가 쓴 글이 생각나더구나.
사람의 해골을 가지고, 장식품처럼 진열해놓고,
잠 잘때도 옆에 두고 자고, 물 마실때도 그걸로 마셨다는
내용이 생각나더구나.
모든게 마음이란 생각이 들어,
항암주사 맞을때면, 마음속으로
벌레가 우굴대는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끝없이 되뇌였단다.
'나는 이겨낸다. 나는 이겨낼 수 있다.'라고.
결국 엄마는 이겨내었다.
너는 엄마의 아들이다.
너 역시도 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엄마는 믿는다.
경복궁에서 너를 꼬옥 안아 주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