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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아빠다. 웬만하면 말없이 있으려했는데.... 네 엄마의 극성에..... 에 또 실은 너와 엄마만 편지 주고받고 아빤 팽개쳐진 것 같아서...... 휴
편지쓰면 아빠는 어떤지 슬쩍 좀 물어봐라. 아빤 곧 세미나 참석해야돼서 길게 못쓴다, 뭐 사실 쓸게 있겠니? 아빠 공연 <트랜스 십이야>가지고 공이모라는 비평가집단이 날 불러놓고 작품에 관해 얘기하고 그걸 책으로 내는 시간이란다. 이 세상에서 공륜이가 아빠 공연 뿐아니라 연화든 연극이든 정확하게 잘 보는데.... 네가 있었으면 같이 가도 좋을걸 그랬다, 음 아쉽군. 쩝...
잘 걷고 있겠지. 한빛이를 생각하면 재미있네. 원래 강한빛인데 눈만 뜨면 해질 때까지 계속 강한빛을 받아야하니. 조만간 '눈부시는 빛'이 되겠구만. 윤아! 걸으면서 딴 생각할 거 없다. 이제 집에 가면 잘해야지 등의 결심은 지금까지 잘못했다는걸 시인하는 것 밖에 더 돼? 지금까지도 너무 잘했고, 아주 훌륭한 아들이니까 그런 생각보다는 걷는 순간의 햇빛을 느끼고 땅을 느끼고 튼튼하게 걸을 수 있는 다리에 축복을 보내라. 알겠지.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네 눈에 드는 모든 걸 즐겨라. 새로 사귄 대원(?)들과도 우정을 나누기 바란다.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까, 남은 거리, 보다 더 씩씩하고 자발적이고 신나게 걷는 여행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아빠에게 있다. 엄마에게 쓴 글을 보니 아이스크림 등이 먹고싶은 모양인데 도착하면 산더미처럼 쌓아가지고 갈께. 알았지? (어허 입맛 다시지 말라니까)
그럼 윤아. 아빠가 널 사랑한다는 것 마저도 잊고, 열심히 그리고 신바람나게 걸어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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