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비속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

by 박은원 posted Aug 11,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삼촌이 대학다닐때, 후배들과 이야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새벽 4시까지 후배네 하숙집에서 얘기를 하다가 새벽녘에 집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더라구. 우산은 가방 속에 있었는데, 왠지 그 비를 맞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 서울에 내리는 비가 공해로 산성비가 되어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고 하지만, 이미 한 참을 내린 뒤라,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거 같기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40여분 동안 그 비를 다 맞았는데, 왜 그리 시원하고... 혹시 아니... 그 비가 잔디를 막 깍았을 때 나는 싱그러운 냄새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혹시 비를 맞으며 걸을 때 힘들면 냄새를 한 번 맡아봐. 삼촌이 맡았던 그 싱그러운 풀냄새가 날지도...
힘들던 고비도 지나고, 어느 정도 몸도 익숙해져 있겠구나. 아빠가 보내줘서 은원이가 잘 하고 있다는 엽서를 받아 보았다. 할머니께도 읽어드리고. 정말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괜히 고마운 거 있지. 맨날 삼촌한테 업어달라 무등태워달라 조르던 은원이가 자신의 발로 그 먼 길을 힘차게 걷고 있다니. 정말 은원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조금만 더 힘내서 열심히 할거지. 그러리나 믿고 삼촌도 열심히 응원할께.
조금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