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랑하는 딸 귀련아!

by 정귀련 posted Jan 05,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랑하는 딸 귀련아.


네가 떠난지 벌써 사흘째가 되는구나. 서울역에서 너를 떠나보내며 어찌나 마음이 떨리던지...... 우리 딸의 가방은 너무 커 보이고 몸집은 유난히 작아서 너무 안쓰럽더구나. 네가 무거울까봐 준비물의 일부는 일부러 넣지 않았는데도 다른 대원들보다도 더 커보이는 그 배낭이 왜그리도 원망스럽던지. 스카우트에서 쓰던 배낭을 그냥 보낼 걸하는 후회도 되더구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 셋다 참 기분이 착잡하더라.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발은 얼마나 부르틀지,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지, 아프지나 않을런지, 먹는 것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을런지, 하고픈 이야기 맘껏 하고 있을런지, 당장 밤기차에서 잠을 제대로 잘런지, 기차속이 춥지나 않을런지, 새벽 4시에 도착한다는데 그 시간이면 우리딸 한참 꿈나라 여행중일텐데 어떻게 일어날까, 또 얼마나 추울까 몹시 걱정스럽더라. 유정이도 언니 춥겠다며 걱정했지. 그래서인지 그 날밤 아빠랑 엄마 제각각 밤새 알 수 없는 낯선 곳을 헤매며 돌아다니는 꿈을 꿨단다. 아침에 엄마 꿈이야기 하다보니 아빠도 같이 꿈 속을 헤매고 있었더라. 그래서 한참 웃었지. 우리 큰 딸을 멀리 내보내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다. 용기를 내어 출발한 우리 큰 딸이 몹시도 대견하면서 또 한 편 자랑스럽고 또 한편은 미안해. 따뜻한 방에 있어서 하지만 돌아오면 우리딸 많이 자라있겠지? 네가 엄마가 혼낼까봐 영남대로 간다는 말도 맘에 걸렸단다. 우리 딸 단순히 그마음만은 아니리라고, 엄마가 영남대로 탐험에 참여시키려고 했던 이유를 우리 딸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귀련아, 그런데 일요일(4일) 아침을 먹으려는데 유정이가 뭐라했는줄 아니? "우리 언니 없으니까 너무 조용하다. " 그랬다. 정말 아무도 식탁에서 재미난 얘기를 해 줄 사람이 없는 거 있지. 우리집 재간둥이 귀련이가 없으니 주거니 받거니 말할 사람이 없는 거야. 재미도 없고. 넌 어땠어? 기차속에서 자는 잠은 괜찮았니? 새벽에 도착한 부산은 많이 추웠지? 아마도 동래 향교도 이른 새벽이라 춥고 스산했을 거야. 그래도 동래는 임진왜란때 처음으로 일본군을 막았던 곳인 만큼 유서깊은 곳이니까 역사의 향기가 많이 나서 든든한 조상님 덕분에 네가 걱정하는 귀신은 없었을 것 같애. 어때?


일요일 저녁에는 예진이네, 용철이네, 찬흠이네랑 찜질방에 갔었는데 우리딸의 장한 소식들에 아빠들이 모두 부러워하며 예진엄마는 귀련이 잘 갔다오면 다음에 민규도 한 번 시도해 보고싶다더구나.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 많이 들었다. 넌 우리 권선동의 스타야. 그런데 예진이랑 유정이가 너 없으니까 같이 놀지도 못하고 따로 따로 말도 별로 없고 특히 유정이는 집에 올 때까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언니가 없어서 오빠들도 놀리고 예진이 언니도 놀리고 재미도 하나도 없다면서 말야. 오늘 아침에는 언니올려면 멀었지? 우리 언니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성화다.


귀련아! 출발 후 3-4일까지가 가장 힘들다는데 지금 어떠니? 발이 많이 아프지 않아?잠자는 건 어때? 잘 만 해. 우리 딸은 시골 할아버지댁에서 지낸 경험이 있어서 잘 지내리라 믿지만 ....... 오늘 어디까지 왔을까? 


사랑하는 딸 귀련아 . 화이팅. 힘 내.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