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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맘일까...

by 재민.재석 posted Jan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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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편지...
오늘은 아빠 경험담 하나 얘기해줄게.
아빠...사업 시작하면서 인도에 자주 다닌거 알지?
처음으로 인도에 갔을때 일이란다. 벌써 10여년전이네...
두려움반...기대반 으로 서울 출발해서 싱가폴거쳐 인도의 마드라스(첸나이)에 도착한것은 13시간 만이었지. 새벽1시20분...
비행기 트렉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맞이 한것은 훅! 하고 목구멍이 막히는듯한 공기였어.
낮기온38도 습도 75% 에 도시전체가 스모그로 가득한 그곳의 실정을 알리가 없었던 내게 그 공기맛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지.
한동안 제대로 숨도 못쉬다가 10여분시간이 지나니 서서히 적응이 되어갔지.
목이 따가울만큼 매캐한 그공기를 마시며 짐을 찾고 공항대합실로 나서니 이런!
그 새벽에 시커먼 얼굴을 한 수백명의 인파가 마중을 하는거야.
비행기 탑승인원보다 훨씬 많은...
아! 귀한 손님이 같이왔나보다...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전에 그들의 손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 어둠에 적응하고 주위를 살펴보니...(국제공항인데도 가로등이 제대로 없어 어두움)
그들의 반은 가방을 들어주고 팁을 받는 인력이었고 반은 거지였어
어렵사리 실강이하며 그들을 헤치고 빠져나왔는데... 6살쯤 되어 보일까...
꼬마 하나가 내게 손을 내밀며 구걸하는거야.
순간 내생각은 너희들이 떠올랐고... 너희들을 생각하며 그 아이에게 1불을 쥐어주었지.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비슷한 또래 아이들과 간난아이를 안은 할머니...할아버지..
거의 30-40명이 내게로 달려드는거야.
그리고는 알아듣지 못하는말로 마구 소리쳤지.
나중에 알아보니 그사람들 말은 왜 저아이만 주고 우리는 안주느냐는 항의였어.
처음 밟은 이국땅에서 처음 겪는 황당한 일들이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지.
에어컨이 없지만 37년밖에 안되었다는 신형(?)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길에...
내겐 여기온 목적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지.
내가 여기 왜 온걸까... 그냥 돌아가?
떠나기전 단단히 각오했던 개척정신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생각지도 못한 생소한 환경에
당황하고 또 당황했단다.
말이 호텔이지... 도마뱀이 천장을 제집드나들듯 다니고 어릴때나 보았던 빈대에...내 주먹만한 바퀴벌레에...(막 날라다니더라 후후).. 지독한 향료내음에... 그래도 졸려오는 눈꺼풀은 어쩔수 없었단다.
그리고 아침.... 요란한 새소리에 잠을 깨어 창밖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 호텔 뒷마당에는 소한마리가 있었는데 한사람이 열심히 우유를 짜고 있었고.
물어보니 아침식사에 쓰일 우유래더라...(저걸 어찌먹누....)
금방 후덥지근해지는 날씨... 차소리, 새소리, 사람소리, 오토바이...자전거... 온갖 소음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북새통인 거리를 바라보며...다시 다짐했단다.
그래 저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저들이 하는일 내가 못할거는 없지...
그 북새통은 내게 생동감으로 다가왔고 그들의 소 닮은 커다란 눈망울은 그저 평화와 기쁨만이 가득한듯 보였지.
금방 젓소에게 짠 따뜻한 우유 한잔에 시커멓게 탄 토스트 한조각으로 아침배를 채우며 이 아빠의 인도 업무는 시작이 되었단다.(그 우유먹고 설사 많이 했음...)
후후 재미없는 얘기 너무 길었나보다.
그 뒤에 일어났던 재미있는 얘기는 다음기회에 해줄게.
너희들에게 하고픈 얘기는...
눈에 보이는 환경은 같지만 보는이의 마음과 시각에 따라 그 환경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단다.
지금...헉헉 거리며... 편안한 집 그리워하며... 아님 속상해 하며... 대열에 맞춰 걷고 있을 너희들 맘의 모습이 몹시도 궁금하구나.
그 힘듬 속에서도 볏집만 듬성듬성 남아있는 들녘을 바라보며 농부 아저씨들의 땀 내음을 느낄 수 있는지...
퇴색된 낙옆과 갈색 잡초너머 푸른하늘의 아름다운 대비를 그려볼 수 있는지...
진한 사투리와 툭 던지는 한마디에 그 지방 정서를 느낄 수 있는지...
평소 무심코 봤던 자동차...도로...먹거리 에 대한 편리함과 고마움을 느꼈는지...
나와 친구와 가족과 단체의 소중함과 차이점들을 새삼 돌이켜 볼 수 있었는지...
엄마, 아빠는 몹시도 궁금하구나.
그냥 억지로... 남이가니까 따라가는... 시간되면 걷고 시간되면 밥먹고...시간되면 자는
그런 무의미한 맘이 혹시 아닌지...
무엇을 선택하든 그건 바로 너희들 몫이란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엄마, 아빠는 기원만 해줄수 있을뿐... 걸어가는것도 어떤 맘으로 환경을 바라보는것도
그건..바로 너희들의 힘이란다.
매서운 바람속에서 상큼한 내음과 짜릿한 즐거움을 느낄줄 아는 너희들이길 바란다.
화이팅!!!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