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새들도 깃드는 해질무렵,내 딸 민지는 어드메...

by 김민지 posted Jan 09,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민지야,
짧은 겨울 해가 어느덧 지고 다시 또 저녁이다.
늘 야간행군이 계속되다보니 캄캄히 해 저무는 저녁이면 엄마는 또 가슴이 서늘해진다.
새들도 저녁이면 고단한 날개를 쉴 둥지를 찾아 깃드는데 낯설고 힘든 탐험에 나선 너는 얼마나 더 엄마가 있고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이 그리울까 싶어 마음이 에인다.
엄마도 대학시절을 집을 떠나서 보냈는데 한낮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잘 지내다가 해가 지는 저녁이면 문득문득 집이 그리워지곤해서 많이 외로웠단다.아마 지금 네마음이 그러지 않을까?
오늘, 부산 양산 쪽에는 비가 쪼끔 내렸다.민지가 탐험하는 동안 날씨가 맑고 포근해서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겨울날씨치고도 많이 건조한가보다.네가 가는 길에도 비가 내릴까 걱정했더니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인터넷으로 알아봐주시더니 구미 쪽으로는 맑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보고싶은 걸 어떻게 더 말로할 수 없을만치 그리운 내딸 민지야,
다만 네가 너무도 꿋꿋하게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물론 네가 원해서 간 탐험이긴 하지만 원망 한 마디 없이 스스로를 잘 다스리며 매일매일을 잘 참아나가고 있음을 알기에 엄마도 그저 두손 모아 그 길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따름이란다.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에 비해 며칠전 사진에는 얼굴 가득 예쁘게 올라있던 볼 살들은 다 어디로 가고 홀쭉해진 모습을 보고는 이 엄마가 짧은 생각에 괜한 짓 한 게 아닌가하고 엄마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단다.
민아, 정말 힘들 때는 힘이 든다고 손도 내밀어.말 못해서 담아둬서 좋은 것도 있지만 지금은 네가 너를 아끼고 보살펴야 한단다.무엇보다 소중한 너를 잘 지켜야해.넌 내 보물이니까.알지?
내 딸 민지야 ,
이제 다 왔다.처음 출발 하던 때는 그 많은 날들이 언제 가서 정말 2004년 1월 16일이 올까,혹시 안 오는 건 아닐까 기다리느라 애가 탔지만 민아,어느새 경복궁이 코 앞이다.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문경새재 넘어갈 때가 다들 젤 힘들거라고들 하시는 데 여기까지도 잘 왔는데 엄마는 우리 딸이 잘 넘어가리라고 굳게 믿고있어.민지야,힘 내.마음만은 고갯마루 너머에 먼저 달려가서 장한 우리 딸 수고했다고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을거야.그 고개만 넘으면 정말 한 달음에 달려와 우리 꼬옥 보듬어볼 수 있단다.그 날이 너무도 기다려진다.
장한 내 딸, 힘들면 딴 생각하지말고 부지런히 걷자.앞만 보고.강물이 바다를 향해 앞만 보고 흘러가듯 부지런히 걷다보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는 길 위에 서게 될거야.
이제 날씨도 점점 추워질거야.마음 굳게 다지고 끝까지 너를 사랑하렴.
내 보물,오늘도 지금도 수고가 많다.
엄마 두 손 가득 절절 끓도록 따슨 온기 모아두었다가 우리 딸 장한 두 발 서리서리 녹여줄게.
장하다,우리 민지.네가 내딸이어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