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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구나.

by 정귀련 posted Jan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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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귀련아.
오늘은 어땠니?
네가 맛있게 라면 먹고 있는 모습을 봤단다. 무척 맛있었겠다. 화덕도 만들고 불도 지피느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지? 사실 넌 엄마 아빠 따라다니면서 많이 해봤잖아. 하동 할아버지 댁에서도 많이 보던 모습이고, 단지 불을 성냥으로 붙였을까? 아니면 카우보이 방식으로?
어찌되었건 무척 맛있고 재미있었을것 같아. 사진을 찍으며 겸연쩍어하는 네모습이 너무 예쁘다. 좀 더 활짝 웃어도 좋은데....,,,
낙동강변을 거닐땐 노래자랑도 했다며?
너도 노래부렀어? 우리 딸 잘 하는 노래 '김밥" 좀 불러보았니? 그 넓은 낙동강변이라면 우리딸 아주 아주 커다랗게 소리질러도 좋았을 텐데.

오늘은 토요일,
유정이는 선교원 느즈막히 갔다 왔단다. 저녁마다 네가 없으니 잠을 잘 못자겠나봐. 아빠도 일찍 오시는게 아니라서 통 잠을 못이룬다. 그러다 12시가 다되어서 잠을 자니 아침이 자꾸만 늦어지네. 그래도 선교원은 꼭 가겠다고 열심히 시간 맞춰갔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늑장을 부리더니 10시가 넘어서 갔다. 네가 오면 좀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겠지?
선교원갔다가 오는 길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 언니 춥겠다고 걱정이구나.
뉴스에서도 오늘 날씨가 추웠는데 탐험이 많이 힘들지 않았나모르겠다.
어제까지는 따스한 날씨였다고 총대장님 전화안내에서 말씀하셨는데.
이제 탐험도 절반을 넘어서 추위나 잠자리에 적응이 되었을까?
귀련아. 네 운동화 닳아서 떨어지지 않았나 모르겠다. 혹 신발이 불편해지면 대장님께 꼭 말씀드려라. 집에서 새신발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억지로 참고 잊지 않도록 하렴.
탐험대 소식을 들으니 야간 행군이 많더라. 낮에 탐사활동을 하다 보니 저녁에도 이동하나봐. 해가 일찍 지니까 일찍 잠잘거라고 예측했는데 오히려 집에서 보다 더 늦게 잠을 자는 것 같아. 우리 귀련이 잠은 잘 자고 있니? 잠자리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자는 딸이지만 혹 아직도 귀신 걱정에 시달리고나 있지나 않은지? 산과 강 그리고 땅의 정기를 몸 가득 받으며 자연 속에 걷고 있어서 감히 귀신 따위가 우리 딸을 겁주지는 못할 거라고 믿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날이 추워지니까 그것도 걱정된다.
귀련아, 가슴 속에 있던 답답한 기운 훨훨 다 털어버리고 방긋방긋 웃는 우리딸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렴.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기를. 또한 내일도 힘들지만 재밌고 행복한 탐험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을 안아주고 싶어. 빨리 16일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