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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1 23:15

소나무 두그루

조회 수 267 댓글 0
웃음띤 얼굴
맑은 마음
늠름한 모습
아주 보고 싶은 허산에게

2004년 1월 11일 일요일
산이가 출발한지 9일째 되는 날
아빠는 오전근무를 마치고
구룡에 있는 우리 농장으로 간다
무척이나 힘든 행군을 하고 있을 산이를 생각하며
편하지 않은 마음
두말할 필요 없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
농장입구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에게
언젠가
산이와 채영이에게 그 소나무 한 그루씩 줄테니
잘 키워 보라고 한 적이 있다
며칠 뒤
아빠는 그 말을 취소했던 걸 기억하는지
우리 농장에 좀 넓은 곳으로 옮겨다 놓았을 뿐
아빠의 나무도 아니고
어느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뒤늦은 깨달음 때문에

어쩌면 저렇게 각도 심하게 꺽이고
휘어지고 틀어지고 하였을까
소나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참 멋있는 소나무다 라고들 했다
살아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큰 나무들에게 치이고 큰 돌에 비키고 틈사이로 자라고 하며
수많은 고생에
백년도 넘게
저렇게 살아 왔을 텐데.....
마음이 아파온다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모습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나쁜 주위여건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투혼과 생명력이
세월을 보내면서
저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변했구나
때로는 신성한 느낌이 든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쉽게 좌절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사람
힘든 과정을 겸손한 마음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아는 깊이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난다
산 아 !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경복궁에 입성하는 날을 기대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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