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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민지 천사

by 김민지 posted Jan 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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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정말 오랜만이다.
어제 일어나서 잠깐 현장소식만 본다는 네게 서둘러 몇자 전하다보니 그만 시간이 늦어버려 아침도 못 먹고 답사길에 올랐다.
먼저 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이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인 석남사에 들렀는데 여전히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 간직하고 있어 좋았다.석남사에는 삼층석탑과 부도에 대해 자세한 말씀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절에서 탑과 부도는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또 탑과 부도의의 형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 .늘 절에 다니면서 그냥 스쳐지나며 궁금했던 것들을 알 수 있어 기뻤다.몰랐던 것을 깨닫는 ,새로 알았을때의 기쁨이 바로 공부의 보람이겠지. 올해는 정식으로 박물관대학에 등록하고 체계적으로 수업을 들을까한다.답사때는 가족도 함께 가니까 우리 같이 다니자.
그리고 밀양...
무엇이 무슨 인연이 이리 갑작스럽게 나를 낯선 밀양 땅으로 불렀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네가 다녀간 곳이라 보고싶은 엄마의 절절한 마음이 닿았지 싶다.
표충사만 생각하고 거기도 밀양으라는 것만으로도 선뜻 따라나선 답사길인데 글쎄우리집 바탕화면에 깔린 몸매가 미끈하게 아름다운 겨울 목백일홍나무가 두그루 나란히 서 있는 영남루와 밀양향교에도 들렀지 뭐냐...
얼른 영남루에 올라 앞으로 툭트인 강변을 내려다보며 네 눈길이 닿았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단다.서늘한 마룻바닥의 느낌도 좋았다.박물관이며 무봉사,아랑각 가는 길에는 유난히 게단이 많더구나.작은 배낭 하나 메고도 평소 같으면 엄살 많이 부렸을텐데 네가 더 무거운 배낭메고 오른 길이라 생각하니 엄마도 모르게 힘이 나더구나.엄마가 네게서 힘을 얻는구나.고마운 딸.
현지도 그 밝은 성격으로 경주에서 부모님따라 참여한 3학녀 언니랑 금방 친해져서 헤어질땐 많이 아쉬워하더구나.돌아오는길에는 다들 지쳐서 잠에 곯아떨어졌는데 자기들끼리 내내 이야기하더니 현지가 그런다. "이제 그만 수다떨자.우리가 무슨 수다쟁이 아줌마들도 아니고..."어휴 참 내 .그래놓고도 끝까지 재잘재잘.우리가 부러워하는 현지의 좋은 점이니 참아야겠지.ㅎㅎ.
우리 딸 ,어제는 천사처럼 하늘을 날아보나 했더니 바람이 없어서 성공한 사람이 없다지?아쉽다.그래도 정말 좋은 체험이다.늘 오봉산에서 즐기는 사람들만 보다가 직접 해보니까 어때? 다음에 또 해보자고 그러는 거 아닌가 몰라.
근데 머리에 고드름 안 생겼니?
웃통을 벗어제친 남자 아이들이 의젓해보이기는 한다마는 냉수마찰에 머리감기까지...문득 엄마 여고시절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가서 부지런 떠느라 찬 물-거의 얼음물-에 머리감다가 얼음이 머리에 칼날처럼 박히는 듯 해서 죽음 직전이었던 생각이 난다.대장님들께서 물론 잘 말려주셨겠지만.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이 뭔지 알겠구나.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체험을 해서 무지 기쁘다.감기만 걸리지 않고 무사하다면 만사 오케이 인데 조금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민지야,다음번 탐험에는 애들이 다 분홍색 입고 갈지도 모른다.경록이 아줌마도 무지 부러워하시거든.민지는 금방 눈에 쏙 들어오니까...그러면 민지는 다음에 무슨 색깔로 입히지 다 분홍색이면 민지가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바꿔야 또 눈에 띄겠지?ㅍㅎㅎ.
어제 하루라도 좀 편안한 행군이었다니 마음 놓인다.물론 편한 날 뒤에는 그만큼 힘든 날도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지만 ...
마라도에 있는 절,그리고 시골마을에 있는작은 마을 회관,교회,그리고 어제는 성당까지...
모두 다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이번 민지의 탐험으로 이 세상에 얼마나 고마운 인연이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하루종일 지친 다리 쭉 뻗고 편히 누울 잠자리를 내어주신 분들께 엎드려 감사드려야겠다.
아싸, 이제 네밤이다.
네밤만 자면 드디어 꿈에도 그리운 민지를,아참 그러고보니 어제밤 꿈에 너를 보았다.얼마나 당당하고 씩씩하던지...꿈에서도 기특했다.
내일이면 마지막 선물로 사무치게 그리운 네 목소리도 들어보겠구나.얼마나 더 의젓해졌을까 설레인다.이번에는 멘트 좀 기일게 부탁해.앞에 대원들 서울 말투 따라가지말고 평소대로
민지야,그러면 문경새재는 오늘 넘게되니?
어제의 여유로 오늘은 또 힘든 행군이 되겠지만 성큼 다가온 경복궁을 그리며 힘내자.이제 다들 적응이 되어서 잘 한다고는 하는데 지금이 또 자칫 마음을 놓아버리기 쉬워 많이 힘들어진다는구나. 끝까지 힘내자.우리 기쁘게 만날 때까지.내 보물 잘 지키고 보살펴서 갈 때보다 더 곱게 반짝이게 빛내서 돌려줘야한다.넌 세상에 둘도 없는 내 보물인 거 잊지마.
사랑해.조금 더 기다리고 힘내자.
오늘부터 팔운동이라도 해야겠다.장한 우리 딸에게 힘찬 박수 보내줄려면 ...
우리 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