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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다.

by 정귀련 posted Jan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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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런 예쁜 딸 안녕?
네가 기다렸던 눈이 때를 못맞춰 내렸네.
지난 년말에 내렸던 첫눈이 함박눈으로 크게 인심쓰더니만 내내 겨울 같잖은 포근한 날씨를 유지했잖니?
우리딸 흰눈 가득 쌓인 곳에서 스키타고 싶다고 노래했는데, 조금만 더 있다가 우리 딸 돌아온 뒤에 펑펑 쏟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 얼마나 추웠니? 퇴근하시는 아빠가 발 시리다고 하시네.
우리 귀련이는 운동화가 낡은 것인데 지금쯤 더 낡았을테고 혹시 눈길에 발 시리지 않았나 모르겠구나.
여기 수원은 오전부터 눈이 내렸다. 진눈깨비처럼 내리던 눈이 금방 녹아서 마치 비오는 듯하더라. 하지만 문경새재를 넘고 있을 딸이 걱정이 되어 내내 마음 졸였구나.
어린 동생은 눈이 왔다고 친구들과 우산쓰고 놀다가도 '언니 춥겠다'며 걱정한다.
다행히 충주지방은 뒤늦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던 것 같네.
새재를 넘을 동안 눈이 내리지는 않았나봐. 그나마 참 다행이야.
저녁무렵에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행군하기 꽤나 힘들었을텐데 사진 속 우리딸 아주 씩씩해보여서 좋구나.
어두운 저녁나절에 내린 눈에 길도 험해지고 앞도 잘 안보였을텐데, 바람도 불었을테고...
대원들 안전을 위해 대장님들께서 많이 애쓰셨겠다.
그런데 옛말에 "눈 오는 날은 거지가 빨래한다"고 할 만큼 대체로 포근하다는데 오늘은 바람도 불고 그 동안 계절에 맞지 않는 날들이어서 그런지 체감온도가 많이 낮은 것 같애.
본래 눈 오는 날 보다 눈 온 다음날이 더 추운데 걱정이구나.
충주(수안보)에서 이천-용인-성남-서울, 아직은 며칠 더 행군해야 하는데 ......
산 길은 오늘 밤 사이에 얼텐데 내일 행군하기가 꽤 힘들겠다.
우리 딸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문경새재만 넘으면 힘든 구간은 없겠다 했더니 복병처럼 <눈>이 나타났구나.
귀련아, 지금쯤 너는 한참 꿈나라를 여행중일테지만 엄마의 텔레파시로 ......
"내일 눈싸움도 하고 눈미끄럼도 타면서 이왕에 내린 눈을 즐기자."
이렇게 생각해.
내린 눈을 사랑스런 눈빛으로 예쁘게 봐줘,
엄마 어릴적 외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셨던 눈썰매가 있다면 지금 네가 있는 그 곳에서 정말 멋진 겨울 놀이를 할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번 탐험 정말 멋진 체험이 되라고 하늘에서 눈도 내려주나봐.
최근에는 눈도 귀하잖니?

씩씩하고 멋진 우리 딸.
막바지 고비 잘 넘기고 푹 잘 자.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따뜻한 방안에서 오순도순,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있는 꿈 꾸렴.
안녕.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