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보다 더 반가운 민지 목소리

민지야,
힘든 행군 중에 만난 첫 눈이구나.
겨울이면 눈오는 서울로 이사가자고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던 어린 너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천안에 출장가신 선생님이 눈이 많이 온다고 알려주셔서 눈은 네게 많이 반가울터라 엄마도 기쁜데 앞으로 올라가는 남은 길에 기온이 뚝뚝 떨어져 우리 딸 몸 상할까 걱정이 되는구나.
저녁 늦게는 석용이 어머니께서도 걱정이 되셔서 전화를 하셨더구나.
궁금하지만 대장님들 믿고 기다리자고 말씀드렸는데 역시나 현장소식 올라온 거 보니 새재도 가뿐하게 잘 넘었더구나.
야간 행군도 취소되어 오늘 밤만은 푹 자겠지?
힘은 들어도 눈은 무지 반갑고 좋아서 눈싸움하고 그러고 싶었을텐데 그런 소식은 없는 걸 보면 그만큼 몸이 지친듯 하여 맘이 아프다.양산에는 비에 섞인 희끗한 눈이 몇송이 날리다 그치고 시린 바람만 드세게 부는구나.양산이 이정도면 충청도 ,경기도 쪽은 시린 칼바람이 불텐데
민지야,
배낭에 들어있는 분홍색 스키바지로 갈아입었으면 좋겠는데 내의도 따뜻한 걸로 바꿔입고 이 글 꼭 읽었으면 좋겠다.지금까지 잘 해왔듯 앞으로도 끝까지 마음놓지말고 마음 굳게 다지고 너를 잘 다스리고 지키거라.너는 거듭 말하지만 엄마의 보물이다.
엄마는 이제 이 남은 밤 편히 쉴 수 있겠다.현장소식도 들었고 첫 눈보다 세상 그 무엇보다 더 반가운 내 딸 목소리도 들었으니 이제 두 다리 쭈욱 뻗고 자야겠다.
민지도 편한 잠 달게 자고 내일은 또 새힘을 내자.
이제 정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우리가 만나면 2(?)년 만이라 그런가 우리 딸이 너무 의젓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실제로는 못 보고 너무 마음으로는 절절해서 그런가 오늘 사진에 올라온 민지 얼굴은 마치 꿈 속 인듯 엄마가 알던 민지가 아닌 듯해서 막 만져보고 싶어진다.고작 마우스로 더듬어볼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구나.
내일이면 네 편지도 볼 수 있고 설레고 기다리며 또 하루를 맞게되겠구나.민지 덕분에 하루하루 얼마나 감사하게 보내는지 하루하루를 얼마나 애타게 헤아리는지 모른다.네 속에 숨어있던 너에 대한 사랑 끄집어 내보일 수 있어 또 고맙다.
잘자거라,꿈에도 그리운 내 딸 민지야,
고단한 네 두발에 감사의 뽀뽀를 야윈 어깨에 무거운 배낭 메고 다니느라 힘든 두 어깨 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