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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그래도 오고 있는 장한 우리 민지

by 김민지 posted Jan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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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잘 잤니?
한달음에 경복궁까지 오려면 마음만큼이나 발걸음도 서둘러야 할텐데 동장군님이 심술을 부리시는구나.너희들이 그리는 집으로집으로 다들 돌아가고나면 혼자 남게 될까봐 심술을 부리시는
것 같다.조금만 더 참아주시면 다들 돌아가서 덕분에 날씨가 포근해서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운 인사 무지무지 들을텐데....
올 겨울 최고의 추위라고는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내일 오후부터는 풀린다고 하니 그나마도 감사한 일이다.
민지야,신발이 젖어버렸다고...
어쩌니? 양말도 변변하게 남은 게 없을텐데...
발이 얼지나 않을지....겨우겨우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짜내고 있는 힘든 몸과 마음 꽁꽁 얼어붙지나 않는지... 달려가서 도와줄 수 없는 엄마마음에는 온통 말줄임표뿐이다.
네 몸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데가 없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발을 많이 아껴주어라.힘든 길 묵묵히 끝까지 함께 하는 든든한 동지다.많이 주무르고 최대한 젖지않도록 얼지않도록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을때 대장님과 주위에 SOS 구조요청 꼭 하고 친구들과 힘모아 마음모아 한발 한발 눈길 위에 미끄러지지말고 넘어지지말고 조심조심 오너라.꼭 걸음마 배우던 너를 저만치 앞에 혼자 세워두고 이만치 앞에서 두 팔 한아름 벌려 널 기다리는 마음이다.
아무리 동장군이 심술부려도 봄이 오고 있듯이 한발한발 장한 걸음으로 얼어붙은 이땅 꼭꼭 밟아오고 있을 새봄보다 환한 꿈을 품은 엄마 딸 민지는 오고 있구나.걸음걸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마.언 발 녹이며 어여어여 엄마 품으로 오너라.
살 속을 후빌듯 파고드는 겨울 바람 한 줄기도 새어들지 않도록 옷 단단히 여며 입고 마스크,모자,단단히 눌러쓰고 목도리도 할 수 있으면 하고 너무 웅크리지 말고 -그러면 몸이 더 아프거든- 멀리서 주문만 많다.
민지야,엄마 뱃 속에서 고 여리고 조그만 목숨으로 힘차게 밀고 나왔듯이 이제는 늘 어리기만 한 민지에서 작은 영웅으로 거듭 나기위해 이때까지의 알을 하나 깨기위해 애쓰고 있는 주이라고 생각하자.멋진 한마리 새가 되어 큰 하늘 훨훨 날아 네꿈을 펼치기 위해선 네 힘으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단다.힘내라.이게 마지막 고비구나.여기서 마음놓으면 안된다.
장하고 장한 우리 딸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제 이틀이다.다른 건 다 접어두고 우리 절절히 보고싶은 그리움만으로 달려오너라.아마 그 기세라면 동장군도 어쩌지 못하고 물러서지싶다.
김민지,아자아자아자!!!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