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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

by 전가을 posted Jul 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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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오늘은 탐험 셋째날이구나.
오늘 엄마가 교회가느라고 아빠가 동생 병원에 아침부터 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야 늦게 너에게 글을 올리는 구나.
주찬이도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많이 좋아졌단다.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너에게 글을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더구나.
오늘도 하루종일 아빠와 같이 있으면서 네 생각을 많이 하더라.
"우리 누나가 나대신 가서 더운데 고생 많이 하는구나. 지금쯤은 한라산 올라가겠구나" 하면서 하루종일 네가 부럽고 안스러운듯 중얼거리더구나.
엄마도 교회같다가 바로 병원으로 와서 동생과 같이 있었다.
엄마가 바쁘니까 너에게 글을 못쓰지만 엄마도 계속 네 걱정만 한단다.
오늘은 선생님들이 너희들 사진을 많이 올려놓으셨더구나.
배에서 찍은 단체사진 중에 네가 보여 엄마가 눈시울을 붉히더라.
그리고 너의 편지도 보았다.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즐겁게 생활한다니까 정말 아빠 엄마는 마음이 놓이는구나.

가을아
네가 다른 친구 6명과 함께 4대대에 편입된 것을 알았다.
상재는 8대대더구나.
상재도 네가 잘 돌보아 주어라.
힘들어 보이면 위로도 해주고, 동생같이 보살피거라.
대장님이나 오빠 언니들 말씀도 잘 들어라.
항상 너 자신보다도 너가 속한 대대를 먼저 생각하고, 너로 인해 너의 대대가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항상 솔선수범하고, 남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도록 해라.

가을아
오늘은 한라산에 다녀왔겠구나.
아빠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아직 못 가봤는데 내 딸이 가게 되서 아빠가 간 것보다 더 기쁘단다.
산 오르기를 싫어하는 너였는데 무사히 잘 다녀왔는지 모르겠다.
더운 날씨에 힘도 많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보람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힘든 일을 이루어 내었을 때 느낀 보람만큼 행복한 것은 없을 것이다.
비록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보람이야 말로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내 딸은 아빠 말을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끝까지 참고 이겨 내거라.
내일은 제주도 여러 곳을 둘러보는구나.
어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꼼꼼히 살펴보고 질문도 많이 하여
완전히 네것으로 만들어라.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 거라.
그리고 저녁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기 쓰는 것 잊지 마라.
내일도 보람찬 하루 맞이하길 바라겠다.
7월 25일 오후 7시 30분 아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