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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by 황동욱 posted Jul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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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동욱아
오늘은 얼마 만큼을 걸어 어디를 돌아보았으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궁금하구나.

요즘이 9년 만의 높은 기온을 기록하는 더위라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무더운 날이구나.
우리 아들 동욱이 오늘 얼마나 더웠을까 ?
네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더위일 테고
이 무더위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먼길을 걷느라
처음으로 심한 괴로움을 느꼈을 줄로 안다.
목욕탕에 가서 아빠와 함께 들어갔던 사우나실 보다
더 뜨겁고 힘든 하루였지 ?
배낭 멜빵이 편해 보이지 않던데 어깨는 아프지 않니 ?

아빠는 말이다 동욱이 보다 어렸을 나이에
전에 같이 갔던 아빠가 살던 시골에서 이렇게 더울 때
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 지게로 지어 날랐는데
아마도 지금 네가 메고 다니는 배낭보다 무거웠을 거다.
그래서 지금 동욱이가 얼마나 힘들까 이해가 되고
충분히 참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동욱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야.
아직 동욱이가 걸을 거리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 거리를 걸었으니
아직 힘들고 고된 일정이 오늘의 열배 이상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너와 싸워 이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동욱이가 나약하고 보호만 받던 또 다른 동욱이를 이겨낸다면
앞으로의 일정이 점점 즐거워질 테고
비겁한 마음 때문에 자신에게 진다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날들이 될 것이야.
앞으로 며칠 동안은 점점 힘들어 질 것이지만
내 아들 동욱이가 용기를 가지고 고비만 넘기면
점점 힘이 덜 들고 즐거워질 것이다.
동욱이가 출발하기 전에 아빠가 이야기 했기만
국토종단이 참으로 힘들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굳은 결심 흐트러뜨리지만 않는다면
내 아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야.
부디 씩씩하기를 바란다.
아빠는 동욱이를 믿는다.

아들아
어제 네가 다닌곳 중 충렬사와 세병관 앞에서 촬영한 단체사진을 보았다.
내 아들이 어디에 있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진의 얼굴이 너무 작게 나와
찾아볼 수가 없어 많이 안타깝더구나.

사랑하는 아들 동욱아 보고싶다.
동욱이의 씩씩한 모습을 말이다.
너도 외할머니, 엄마, 아빠 보고싶지 ?
약해지지 말고 엽서 쓰도록 해라.
사랑하는 외할머니, 엄마께.
그 동안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씀을
외할머니께 그리고 엄마께 적어서 보내드리도록 해.
네가 보내드린 엽서를 받아보시면 무척 행복해 하실 거야.

또 편지 보내마.
부디 용기 잃지 말고 항상 씩씩하기를 바란다.

둘째 날
서울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