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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by 황동욱 <20대대&gt posted Aug 0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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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동욱이와 오늘 다시 만나 반갑다.
동욱아 무더운 날씨에 오늘도 수고 많이 했다.

일정대로라면
어제는 춘향전의 무대인 남원 광한루를 보았을 테고
오늘은 남원의 여러 곳과 전주의풍남문, 경기전 등을 보았겠구나.

내일 익산의 왕궁리로 지나간다면 동욱이가 국토종단을 떠나기 전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길에 들렀던 왕궁리 5층 석탑을 지나갈 것이고
백제 무왕이 지었다고 아빠가 설명해준 미륵사지 석탑을 볼 수도 있겠구나.
익산은 옛 마한의 도읍지로 백제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왕궁리 5층 석탑은 국보 제289호,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 앞에 있던 당간지주는 보물 제236호 라고 했는데 기억나지 ?

내일은 전라북도 익산에서 충청남도 논산으로 건너가는 날이지 ?
기억나니 ?
논산은 아빠의 고향이라는 것.
지난번에 갔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논산에 있고
지난 여행에 들렀던 관촉사, 은진미륵불도 논산에 있다는 것.
그 때 볼 때와 이번 국토종단 하면서 볼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를 거야.
동욱이에게는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지 궁금하구나.
국토종단 마치면 이야기 해주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번 국토종단을 하면서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지 ?
동욱이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일까 ?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
힘들고 먼 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논의 벼, 밭의 작물들을 보면서,
그 논밭에서 너희들보다 훨씬 더 힘들게 일하시는 연세 많으신 농부님들을 뵈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
혹시 ‘그렇게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배고플 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없다.‘ 라는 생각은 들었을까 ?
그 농부님들 곁을 지나갈 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는 해 보았니 ?

아들아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들은 나 혼자서는 도저히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는 거란다.
서로가 서로를 도움으로서,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나누고,
양보하면서 힘을 모아야 생명을 유지하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동욱이도 이번 국토종단 길이 남에게 뒤지지 않는 강한 자신을 키우되
조그만 것에도 소중하고 감사할 줄 알며, 남을 배려하는 너그럽고 속 깊은 사나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처음부터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란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으면서 그럴수록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지.

동욱아
내일은 동욱이가 비빔국수를 맛나게 먹는 모습과, 얼굴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동욱이 일 것이라 생각되는 사나이가 들어 있는 굽이굽이 고개 길을 걷는 모습의 사진,
논 길을 가는 사진, 한국탐험연맹 기를 들고 찍은 10 연대원들의 사진을 크게 인쇄하여
외할머니께 보여드리려고 한다.
눈물을 글썽이시면서도 동욱이를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야.
엄마 아빠도 우리 아들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장정을 씩씩하고 당당하게
잘 이겨나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할머니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단다.

이제 먼 여정의 반을 마쳤다.
시작이 반이고 반을 마쳤으니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 아빠가 너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이 처음에는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든 것 보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점점 즐거워지지 ?
다른 일도 그렇단다.
미리 겁먹고 피하는 비겁함 보다는 용기 있게 이겨내는 것이 훨씬 더
훌륭하고 값어치 있는 것이지.

우리 아들 동욱아
힘들 때 스스로 이겨나가도록 노력하며 외할머니, 엄마, 아빠를 생각해라.
동욱이에게 항상 힘찬 응원을 보내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들아 보고 싶다.
동욱이 경복궁에서 만나는 날 아빠가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마시게 하고
꼬옥 안아주마

아참 ! 그리고 말이다 동욱아 !
잊지 말고 외할머니께 엄마께 엽서 써서 보내드리도록 해라.

서울에서
아빠가...

<일곱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