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랑하는 아들아...

by 황동욱 <20대대&gt posted Aug 05,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 동욱이가 궁토종단을 시작한 기간이 비도 내리지 않는
9년 만의 무더위가 계속되어 비라도 내려주어
동욱이와 대원들의 더위를 식혀주었으면 하고 바라던 차에
어제 밤은 비가 시원하게 잠깐 내리셨단다.
그런데 갑자기 번개와 천둥이 치며 잠깐 쏟아진 폭우가
온 천지를 흠뻑 적시고도 비 피해를 줄 정도였지.
소식을 보니 국토종단 대원들도 빗속을 뚫고 행진을 하였던데
동욱이가 참가한 이번 행진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구나.
이 경험들이 우리 동욱이에게 힘겨운 것만이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평생 살아가는 삶을 큰 그림으로 표현할 때
2004 년, 초등학교 5학년의 여름을 너는 무슨 색으로 칠할지 궁금하다.
다녀와서, 몇 년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2004 년 더운 여름에 네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돌이켜 보면
언제라도 좋은 의미의 공간에 아름다운 색들이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동욱이도 더 아름다운 색깔들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아들아
오늘은 얼마나 힘들었니 ?
오늘은 어느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고
어느 곳을 돌아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구나.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 ?
발의 물집 때문에 계속 애를 먹는 것은 아니겠지 ?
아빠는 네가 생각해도 참고 견디는 마음과,
고된 일을 이겨내는 힘이 부쩍 커졌을 것이라 믿는데 맞지 ?

모든 일이 그런 거란다.
힘들 것이라 미리 생각하고 비겁하게 피하여 얻는 편안함 보다는
힘들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여 견디고 이겨 이루어 내 얻는 성취감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삶을 즐겁게 하는 것이야.
동욱이도 지금은 힘들지만 끝까지 마치고 나면
이루어내보지 못한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가슴 뿌듯한 즐거움을 간직하며살아갈 수 있고
이번의 경험이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줄 것이야.

동욱아
같은 대대의 대원들과는 잘 지낼 것이라 믿는다.
엄마 아빠가 대대원들에게 안부전한다고 -
'이제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안전하고 즐겁게
길고 힘든 여정을 마치기 바란다.' 고 전해주렴.
동욱이 역시 대대원들에게 먼저 힘이 되어주고, 먼저 격려하며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대원이 되도록 하기 바란다.

아들아
네 생각에 아빠가 이야기 하는 것들이
어린 동욱이에게 너무 힘든 것을 바라는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니 ?
그렇지는 않지 ?
그렇단다. 아빠는 우리 아들 동욱이를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짜리의 어린아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남자 나이 12 살의 의젓하고 멋진 사나이로 생각하고 하는 이야기야.
그렇게 인정해주니 더 기운이 나지 ?
엄마 아빠는 동욱이를 믿는다.

이제 3 일 남았다.
산을 오르는 것이라면 정상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셈이지.
고되고 힘든 행진을 이제부터 차츰차츰 많은 생각을 하며
너의 것으로 만드는 마무리를 할 때가 다가오는 거야.
힘들고 고되게 하는 행진
많은 것을 동욱이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도 수고 많이 했다.

엄마 아빠는 장하고 자랑스런 아들에게
끝까지 힘 잃지 않도록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단다.

힘내자.

우 ~ 리 아들 !
짜 자 짝 짝짝 !!!


서울에서
아빠가...

<열번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