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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마도 간다

by 조성지 posted Aug 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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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40.gif할로우 ! 성지

지난 번에 대장님이 보내온 사진과 탐험일지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급히 편지를 쓰고 나서 보니 성지가 보내온 편지가 있더구나. 불편한 것이 많고 힘들텐데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는 말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웃고 있는  너의 얼굴이 떠올랐단다.

물이 귀해 늘 사 먹어야 하고 음식이 맞지 않아 힘들지?

혹시 돈이 부족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일정표를 보니 어제부터 사막 횡단을 시작했을 것 같은데 그림으로만 보던 명사산, 타클라마칸 사막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하구나.  너희들에게는 힘들게 넘어야할 과제로 다가왔을 것 같은데 엄마는 이번 탐험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햇빛이 얼마나 쨍쨍 내리 쬐었는지, 샌달이 모래위를 걷는데 많이 불편했을 것 같기도 하고,물이 부족해서 목이 얼마나 말랐을까 싶어서 코끝이 시큰해 오기도 하고, 모래 바람이 불어서 마스크를 해야 했는지도 궁금하구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걸으면서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주 먼 옛날 유럽으로 비단을 팔러 떠다는 중국의 상인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는 상상을 하면서 걸으면 힘든 길이 좀  즐거운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덥고 힘들어도 성지가 떠나기 전에 보았던  만년설에 덥힌 우루무치의 풍경을 생각해 보렴. 엄마가 너무 편한 소리만 하고 있지???

오늘은 엄마가 중국으로 가는 날이다. 너를 만날 수는 없지만  딸이 있는 곳에 간다는 마음에 설레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고 있다가,  중국 가면 인터넷을 통해 너의 소식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겠다 싶어서 몇 자 적어보낸다. 아빠와 순목이가 매일 너의 소식에 목말라 하고 있을 것 같은데 거기서도 소식 전하기기 쉽지 않지?

탐험 마치고 돌아오면 부쩍 자라있을 너의 모습에 엄마는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엄마가 너를 키우면서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를 호주로 잠시나마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두번째는 이번 탐험에 보낸 것이라고 여겨 진단다.

너는 많이 힘들겠지만 이번 탐험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돌아와서 우리들에게 몇날 며칠을 풀어 놨으면 좋겠구나.

동료 대원들에게도 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대장님의 말씀도 잘 들어라.

그리고 돌아올때는 같이 간 수진이 언니 이모께서 서울에 계신다고 해서 너희들을 마중 나갈 것이다. 예하하고 민전이하고 수진이 언니하고 수호 재홍이랑 기차 타고 와서 부산에서 만나자. 수호 누나들도 나갈 거야.

우리가 가서 너를 맘껏 환영해 주고 싶다만 .......부산에서 하기로 하자.

남은 탐험 기간 내내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너의 영원한 수호 천사 엄마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