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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3

by 양하운 posted Jan 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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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우리 하운이!

몸은 건강하고 잘 적응하면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겠지?

집은 아무렇지도 않고 다 편안하다.

몽이는 네가 없어서인지 풀어 놓으면 네 방문 앞에 가서 낑낑거린다.

하여간 몽이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오늘은 어뗬냐? 한라산 등반하는 것으로 일정이 되었던데.

네가 생각했던 한라산의 흰 사슴이 있더냐?

백록이란 그저 전설상의, 혹은 신화에 나오는 그런 흰사슴이겠지.

그만큼 산이 순수하고 아름답고 뭐 영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제주에는 눈이 오는 것으로 일기예보에 나오더만, 한라산 등반에 눈까지 좀 내렸으면 아주 환상적이었을 것 같다.

바뀐 환경에서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나름대로 의미를 찾도록 해라.

현장 소식을 보니 자연사 박물관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더라.

그래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아주 멋있게 깔아 놓았다.

우리 하운이가 한 가운데 다소곳이 앉아서 찍은 모습을 보고 엄마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풍광에, 습속 등등에 새롭고 이국적이지 않았을까?

하여간 다른 생각 하지 말고,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의미를 찾고 즐길 때는 실컷 즐기거라.

<죽은 시인의 사회>란 영화에서 죤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까르페 디엠!>이라고 말했다.

<까르페 디엠>이란 <현재를 붙잡아라>란 뜻이다.

지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이 현재 시간 아니냐?

그러니 너는 다른 잡념 갖지 말고, 매일 매일 그 순간 순간을 즐기고 붙잡거라.

아빠도 내일, 모레 이틀 동안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고부 기행>을 떠난다.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답사를 가는데 사전에 공부도 하고, 자료도 준비하고 그러신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본다는데, 네가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보는 종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등반하느라 피곤하고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아주 소중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딸 하운이.

오늘밤도 편안한 꿈나라로 여행하거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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