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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by 고석원 posted Jan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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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우유가 발효가 되어 치즈가 되었다면
치즈는 치즈고 우유는 그저 우유일 뿐
지금 치즈 속에 우유는 더 이상 없다.
오직 전혀 새로운 치즈만이 존재할 뿐이다.

흐르는 강물을 내가 한 모금 마셨을 때
강물은 더 이상 강물이 아니며
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따 먹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사과일 수 없는 것이다.

물도 사과도 내 몸의 일부로 변화하였을 뿐이다.
변화한 것은 더 이상 변화하기 이전의 존재는 아니다.

그 말은 내가 곧 강물이고
내가 곧 사과이다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변한 것은 변하기 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것 같지만
분명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쳐 지나갔다.
그러므로 어제의 나는 그저 어제의 나일 뿐이고
오늘의 나는 어제와는 다른 또 다른 존재일 뿐이다.

일체 모든 존재는 연기되어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전혀 독자적인 별도의 존재들이다.
모든 존재는 큰 하나의 존재이며 한성품이면서
또한 전혀 다른 독립된 존재이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진리가 그러하다
이 둘 사이를 잘 오고갈수 있어야 한다.

찰나 찰나로 전혀 새로운 존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을 뿐
어디에도 고정된 실체로써 변치않는'나'는 없다는 말이다.

조금 전 실수했던 나
욕을 얻어먹은 나
죄 지은 나는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나일 뿐이다.
그러니 조금 전에 있었던 전혀 다른 존재의 일을 가지고
지금까지 붙잡고 늘어져서 괴로워할 일은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내일 있을 시험이나 걱정거리나 문제거리 혹은
미래에 있을 삶의 문제며 먹고 사는 문제는
지금 이 순간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다.

지금의 나는 오직 지금의 독자적이고 온전한 나일 뿐
내일의 나나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나에 대해 집중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일에 대해 마음을 다해 사는 일 뿐이다.

그것만이 실속있는 일이고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나에 대해서도
집착할 것도 없고 괴로워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찰나 찰나로 전혀 새로운 존재가 생겨나는 마당에
또한 그러한 존재들은 전혀 새로운 존재인 마당에
어느 한 찰나를 꼬집어 '나'라고 못박을수 있단 말인가?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실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것은 전부가 하나이면서
전부가 낱낱이 독자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일 뿐이다.
그렇다고 붙잡을 것도 없는 변화의 과정 속에서
찰나찰나 전혀 다른 존재의 모습을
끊임없이 나투고 있는 진리만이 우리와 함께할 뿐이다.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울 것이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며 답답해 할 것이 무엇인가.
못난 내 모습이며 능력이며 재력을 가지고
괴로워할 것은 또 무엇인가.

어제 나와 싸운 이웃을 보고 괴로워할 것이 무엇인가.
미워할 일이 무엇인가.
노후를 걱정하며 조바심 낼 것은 또 무엇인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과거의 나는 내가 아니고 미래의 나도 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날마다 아니 매 순간 순간 새롭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며 새롭게 죽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삶만이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기에 한없이 걸림없는 대자유만이 있다.

찰나 찰나 새롭다면 거기에 그 어떤 괴로움의 흔적도 없다.
괴로움이 달라 붙을 '나'가 없는데 '존재'가 없는데
어찌 괴로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오직 순간 순간 새롭게 태어나라.
그 새로운 순간 순간을 다만 마음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