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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날 크게 웃자

by 조수호 posted Jan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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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야
집 떠난지 8일째, 참 오래되었구나.
오늘은 문경에서 수안보까지 걸었겠네.
올해 유난히도 추위가 기승을 부려 엄마 가슴을 졸였는데, 오늘은 좀 바람이 얌전하고, 햇살도 포근한것 같애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거긴 이쪽 남쪽 지방하곤 또 다를것이고,야간 행군까지 한다니까 그깟 햇살이 아무 소용없이 얼마나 춥고 다리 아플꼬...

그래도 홈페이지에 올라온 네 사진 보니까 아직 귀티 흐르고 의젓해 보이던데? ^^
길에서 아궁이 만들고, 땔감 구해서 끓여 먹는 라면 맛이 어떠했니?
문경새재 걸으면서, 몇 해 전에 우리 식구들이 여행하며 돌아 보았던 왕건 촬영지 기억이 나든?
옛 선비들이 과거 보러 떠날 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헤아려 보았니?
3Kg 감량할 거라고 예상했던 몸무게는 정말 줄어든 것 같니?

평소에도 네 다리통 튼튼해서 촉석루 기둥이 따로 없다고 그랬는데 이젠 뭐 경복궁 기둥 만큼 튼튼해 졌겠구나.
이제 앞으로 다가올 네 앞날을 그 튼튼한 다리로 걸으면 한결 쉬울할거란 기분 좋은 예감 .
높은 산에 오르면 낮은 산은 자연히 습득되어지는 그런 효과가 이제 마악 네 앞에 펼쳐 지리라.
큰 고통 앞에서 자잘한 아픔 같은건 차라리 사치스럽다는 것도 알 터이고,
좋은 환경, 따뜻한 보온에서 한번 노출되면 그것이 감기가 되지만 그렇게 추위 속에 나를 던져 버리면 차라리 감기도 도망 가 버리는 쾌감.

너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참 비싸고 귀한 경험들을 하고 있다.
엄마는 네가 그 고통들을 차라리 즐거움으로 바꿀 줄 아는 현명함까지 깨우치고 왔으면 좋겠다.
어차피 감내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즐겨 버리자 그런 마음.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이 금요일 밤이니까 요번 주만 지나면 금방일거야.
대전 이모랑 진우 엄마는 날더러 독한 엄마라고 말하더라만, 수호는 엄마 마음 알아주제?
더욱 큰 사랑으로 너에게 힘을 키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돌아오면 우리 아들에게 무얼 선물할까 아빠랑 의논했는데 카메라 폰이 좋을까, MP3가 좋을까?
열심히 이겨낸 자에게 엄마는 무언가 해 주고 싶어진다.
돌아와서 네가 결정해라.

건강하여라. 우리 수호.
만나는날 크게 웃자.

2005. 1. 14. 수호를 사랑하는 엄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