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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황재 홧팅!!!

by 황재승 posted Jul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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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아, 잘 지내고 있니? 이모야.
이 더운 여름에 국토횡단하고 있다고? 정말 대견하구나.
재승이는 항상 키도 크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고, 생각도 깊어서, 어린아이같지가 않았단다. 너는 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점이 너의 장점이 되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나, 다른 단체 속에서 너를 돋보이게 만들거라 생각해.
공부 잘 하고, 똑똑한 것도 좋지만, "외유 내강" 이란 말 알쥐? 내가 실력이 있으면서도 항상 겸손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지금같은 모습으로 죽 자라서 훌륭한 어른이 됐음 좋겠다.

이모는 중학교 2학년 때, 지리산에서 행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겨우 4박 5일 이었는데도, 그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도 직접 해 먹고, 주먹밥을 싸서 나뭇잎에 둘둘 말아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하루 종일 행군하고, 길가에서 그 주먹밥 먹고, 먹을 물도 항상 부족해서, 한번은 논 두렁에 있는 개울물을 마신적도 있었쥐.. 배탈 안 난것 보면 오염이 덜 됐었나봐.. 같이 갔던 친구들중에 탈진해서 쓰러진 여학생들도 있었고, 그 중 어떤 여학생은 그 당시 청학동에 살던 어떤 댕기머리를 한 총각 아저씨가 산에서부터 업고 내려가기도 했구. 워낙 튼튼한(?) 다리를 가진 이모는 업혀가는 그 친구가 부럽기도 했었쥐.ㅋㅋㅋ

4박 5일동안 잘 씻지도 못하고, 잠도 잘 못 자구.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그땐 빨리 끝나서 집에 갈 날만을 기다렸었거든.
그러고 보니까 도현이 삼촌도 같이 갔었다.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서로 의지가 됐었쥐.
재승이는 훨씬 더 길고, 힘든 훈련이라서, 두고두고 생각이 많이 날거야.
끝까지 잘 해내리라 믿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 마다, 앞으로 너의 앞에 놓일 네 인생의 발걸음에 대해서도 많이 많이 많이 생각해서 멋지고, 진실된 인생의 지도를 그려오길 바란다.
사랑하는 재승아, 홧팅!!!
추신: 나중에 동욱이 만나면, 넘넘 재밌었다고 해라, 조만간 동욱이도 보낼 예정이니라~~~~~^^
추신: 외할머니도 옆에서 일고 계신다. 있다가 편지 쓰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