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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마지막 보내는 메일이다.

by 황재승 posted Aug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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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 안녕? 아빠다.
드디어 내일이면 우리 아들을 볼 수 있겠네?
널 떠나보낸 지가 벌써 15일이 지나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많이 궁금하다.
얼마나 탔을까?
발 뒷꿈치는 괜찮을까?
가져간 짐은 잘 챙겨서 올래나?
내일 저녁에는 뭘 먹을까?
내일 엄마와 인정이를 만나서 처음으로 하는 말은 무엇일까? 등.......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과거 훌륭한 선생님 중에서 국문학자 주시경 선생님이
계셨다.
그 분이 하신 말씀 중에 '한국사람은 유시유종(有始有終)이 더무오'라는
말씀을 하셨다.
풀이하면 한국사람은 시작과 끝이 더물다(분명치 않다.)
좀더 의역을 하면 매사에 시작이 있으면 무릇 끝이 있어야 한다.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책임지고 마무리 한다. 라는 뜻이다.

15일 전, 국토횡단을 결심하고 시작한 너!
이제 내일이면 국토횡단을 끝내는 너!
너야 말로 너 인생에 있어서 큰 사건 하나를 시작했고, 바야흐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너야 말로 우리들의 단점 중에 하나인 '유시유종'을 실천하려고 한다.

너를 보니, 지금껏 살면서도 제대로 된 '유시유종'을 하지 못한 아빠가
새삼 부끄럽기만 하구나.

이번 국토횡단은 앞으로 너의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너의 기억 한편을 장식하는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
되리라 확신한다.

마지막 하루이지만, 끝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15일 전처럼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오늘은 특별히 더 좋은 꿈을 꾸고 내일을 시작할 수 있길 기원한다.

그럼 내일 만나자꾸나.
- 내일을 생각하며 흥분된 마음을 숨기는 아빠가 -